그 뒤로도 두 사람은 길을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덕분에 긴 여정도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반나절쯤이 흐른 지금 이미 삼십만 리를 훌쩍 넘게 달려왔고 남은 거리는 이제 얼마 되지 않는다. 별일 없으면 오늘 밤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주변 공기에서 짭짤한 습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천후는 누렇게 바랜 지도를 꺼내 펼치고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툭툭 두드렸다.
“여기 앞이 바로 서영해야. 상고 시대 성인왕들이 여기서 전쟁을 벌였는데 그때 한 위대한 분이 ‘산을 옮기고 바다를 뒤엎는’ 신통을 펼쳤다고 했어. 그래서 지금의 이 광활한 바다가 생겼다고 해.”
“맨손으로 바다를 만들었다고요?”
우나연은 놀라서 숨을 들이켰고 바닷바람에 치맛자락이 펄럭였다.
“그분은 도대체 수련 경지가 어느 정도죠?”
“수행의 끝자락에 선 존재는 손바닥 한 번 뒤집는 걸로 별과 달의 자리를 바꾸지.”
이천후가 고삐를 살짝 흔들자 그들이 탄 신수가 고개를 들고 우렁차게 울부짖었다. 그 짐승은 온몸이 오색 비늘로 덮여 있었고 네 다리에는 희미한 화염이 맴돌았다.
“우린 그 경지까지 되려면 한참 더 남았지.”
그가 말하는 사이 수평선 너머로 물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한없이 넓고 푸른 바다가 시야 가득 펼쳐졌고 신마는 물결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신마의 발 아래 얼음 연꽃이 피어나는 듯 걸음마다 꽃잎이 형성되어 몸을 지탱했고 튀어 오른 물보라에는 일곱 빛깔 무지개가 어우러졌다.
“바다를 달리는 말이라니, 진짜 어마어마하네요!”
우나연은 갈기를 꼭 움켜쥐고는 물결이 뒤로 밀려가는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고는 두 팔을 활짝 벌려 맑은 웃음을 멀리까지 날려 보냈다.
이천후가 막 한마디 하려던 순간 앞쪽 바다 수면이 펑 하며 터지더니 거대한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쳤고 무려 여섯 층 건물만 한 거대한 조개가 파도를 가르며 튀어나왔다.
그 두꺼운 조개는 꼭 산문처럼 열리고 닫혔고 검푸른 이끼 밑으로 흉흉한 이빨이 번득였다. 그리고 주변 수백 장에 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