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12장

그런데 백 리쯤 더 들어가자마자 이변이 발생했다. 원래 붉은빛이 넘실대던 불꽃이 서서히 푸른 기운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뜨거운 열기는 호신 강기를 뚫고 피부까지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천후는 손가락을 모아 인을 맺고 세 줄기의 얼음 무늬를 몸에 그려 넣었다. 그리고 그는 타오르듯 말아 올라간 머리카락 끝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 온도라면 일반 영동경 수련자라도 한 시간 안에 재로 변하겠군.’ 이후 삼백 리를 더 나아가자 불길은 응고되었고 유백색 불꽃은 마치 정제된 선액처럼 흐르고 있었다. 신마기린은 불안한 듯 코를 훌쩍이며 콧김을 뿜었고 이천후가 말에서 내려 땅을 밟자 부츠 밑창이 시커먼 바위에 반 치 깊이로 박혔다. 그는 멀리서 일렁이는 불바다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신염산의 외곽이 벌써 이 정도인데 중심부의 화령은 도대체 얼마나 무서울까.’ 이천후의 전신에서 금빛이 폭발하듯 피어오르며 그는 그대로 유백색 불바다에 몸을 던졌다. 역시 상고의 성체라 천지를 불태우는 화염조차 그의 살결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그는 불길 속을 한참 헤매다가 사방이 온통 유백의 불꽃뿐인 걸 확인하곤 한숨을 쉬었다. ‘여기가 이 지역에서 가장 강한 불꽃인가 보군. 더 들어가 봐야 같은 수준일 테고...’ 사실 그의 몸은 이보다 훨씬 강한 화염도 견딜 수 있었다. 만약 더 강력한 이화를 찾을 수만 있다면 영동을 수련하는 데 효과가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수준의 화염을 찾으려면 이 불의 영역을 훨씬 깊이 파고들어야만 했다. 이천후는 결국 평평한 화염석을 골라 다리를 꼬고 앉았고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가라앉혔다. 곧 그의 정신은 몸속 깊이 침잠했고 아홉 개의 영동을 따라 흐르며 천천히 퍼져나갔다. 사방에서 불꽃이 솟구치고 화염이 춤췄지만 그는 마치 바위처럼 미동조차 없었고 온전히 정신을 집중한 채 대제선경의 오묘함에 잠겨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이천후의 몸 전체에서 옥빛 광채가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피부 밑으론 일곱 빛깔의 빛이 흐르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