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이때 이천후의 몸속에서 솟구치는 산예의 혈맥은 마치 용암처럼 끓어올랐고 그 힘으로 그는 산예진천후를 펼쳐 만악 성자와 맞섰다.
그는 왼손으로 인결을 맺어 몸 앞에 음양의 쌍어 도형을 띄워냈고 흑백의 기운이 어우러져 완전한 방패를 형성했다. 오른손은 두 손가락을 검처럼 모아 쥐었고 그 끝에서 무수한 금빛 광채가 응결되어 산예의 허영이 되어 튀어나갔다.
두 거대한 태고의 힘이 부딪치는 순간 등천로는 놀라움에 휩싸였다. 마치 전설로만 전해지던 태고 시대로 되돌아간 듯 두 마리의 절세 흉수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하늘과 땅을 삼킬 듯한 도철의 검은 안개와 산을 태우고 바다를 끓이는 산예의 금빛이 뒤엉켜 혼돈을 이루었고 그 충돌이 만들어낸 음파는 실체를 가진 파문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수만 년을 불태우던 불꽃들이 줄줄이 꺼지고 수십 길 높이의 붉은 수정산은 모래탑처럼 무너졌으며 심지어 공간마저도 조각조각 찢겨나갔다.
천지의 격류가 잦아든 뒤에도 이천후는 여전히 음양쌍어도 위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 끝엔 별의 파편이 흩날렸고 검은색 전투복은 바람에 펄럭거렸다.
공격과 방어를 모두 펼친 그는 이 같은 충격적인 충돌 속에서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크아아아...
귀를 찢는 듯한 또 다른 포효가 다시 한번 천지를 흔들었다.
날카로운 이빨과 뾰족한 가시를 두른 도철이 거대한 피로 물든 입을 한껏 벌리더니 목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온 음파는 아까보다도 열 배는 강력했다.
순간 붉은 불길이 소용돌이쳤고 수십 리에 달하는 불의 영역이 유리처럼 산산이 깨졌다.
허공엔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겨났고 마치 고대 마신이 천지를 짓밟는 듯한 기세였으며 음산한 바람 속에 원혼들의 울부짖음이 섞여 있었다.
그 포효는 금빛 강물처럼 밀려들었고 마침내 이천후의 홀가분한 몸을 완전히 집어삼켰는데 마치 거대한 파도가 티끌 하나 삼켜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도망쳐!”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체들이 귀를 틀어막고 전장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들은 눈, 코, 입, 귀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