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린 성자와 명희 성녀 역시 사력을 다해 각자의 신병 도기를 꺼내들고 선황 성자와 함께 도문 살진과 자양종의 억제에 맞섰다.
“크크크, 본왕이 오셨다! 다들 죽을 준비나 해!”
이때 서라차 마왕이 온몸에 금빛 갑주를 두르고 신광을 뿜어내며 손에 쥔 핏빛 대도가 구름을 가르고 전장 한복판에 운석처럼 떨어졌다.
천마가 황금 전신으로 변한 그의 광포함은 가히 짐승이라 할 만했다. 신마기린과 좌우로 적진을 가르며 돌진하자 상대편 적산의 천교 열여덟 명 중 절반이 피를 쏟고 쓰러졌다.
그리고 수백 명의 전투 노예들이 육신을 잃고 붉은 피의 폭우가 되어 흩날렸고 그 피와 살점은 그를 감싸는 암흑의 안개에 삼켜졌다. 마지막 비명마저 사라졌을 때 그의 기운은 부대경 초기를 넘어 중기로 폭등해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무지막지한 진전을 듣고 턱이 빠졌을 테지만 천마는 본래부터 중생의 정혈을 흡수하여 수련하는 존재였고 피가 귀할수록 마공은 더욱 폭주한다.
지금 서라차 마왕의 눈엔 도문에 갇힌 세 명의 전장이 피투성이로 비쳐졌고 목구멍에서 짐승 같은 저음이 새어 나왔다. 그 셋의 몸에서 진짜 신족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
“크크크, 오늘은 대운이 터지는 날이네!”
서라차는 송곳니를 핥으며 음산하게 웃었고 그의 마안 속에 고통스럽게 버티는 세 사람의 모습이 또렷했다. 이 셋의 신혈을 삼킨다면 부대경 후기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경지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는 바닥을 쿵 하고 내리찍어 반경 십 장의 대지를 산산조각 냈다. 그러자 그 틈에서 암홍색 도문이 솟아올랐고 순식간에 하늘과 땅을 봉쇄하는 혈옥으로 변화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천마식심대진이었다.
“식심대진, 개방!”
마주의 주문이 천공을 가르자 곧 하늘과 땅이 동시에 울부짖으며 수천의 천뢰가 폭풍처럼 몰아쳤고 허공에 갈라진 틈에서 무시무시한 파멸의 힘이 쏟아져 나왔다.
쾅.
온몸의 털이 쭈뼛해질 만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창공이 마치 거대한 손톱에 찢긴 듯 새까만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그 틈새에서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