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66장

무엇보다 만요산은 얼마 전 음양 성자가 천마와 결탁해 뒤집힐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천후가 큰 공을 세웠고 봉무를 도와 위기를 수습하며 만요산을 구했다. 이 일은 이미 세간에 퍼졌고 이천후가 만요산과 깊은 인연이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다. 요광 성자가 성요선금을 만요산 경매장에 맡긴 건 그저 거래를 위한 안전장치가 아니라 이천후를 안심시키고 진심을 보여주겠다는 태도였다. “뒤탈 없으면 그 개 같은 놈 하나에 성금 한 조각을 바꾸는 건 완전 꿀장사지, 뭐!” 탁재환은 손을 비비며 말했고 눈에서 노골적인 탐욕의 빛이 번뜩였다. 주변에서도 우레 같은 동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성요선금의 가치는 말 안 해도 다들 알고 있었다. “난 반대야!” 그때 조민희가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그녀의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고 등 뒤에서 검기까지 일렁거렸다. “이번 싸움에 우린 만악 성자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각오로 달려들었어. 그런데 성금이 뭐야? 천궁 반쪽을 갖다 줘도 내 뜻은 안 변해.” “민희 언니 말이 맞아요!” 우나연도 벌떡 일어났고 허리에 찬 방울이 딸랑딸랑 울렸다. 그녀의 눈빛은 단호했고 등 뒤에서 정령의 기운이 이글거렸다. “성요선금이 아무리 귀해도 우린 정신을 잃으면 안 돼요. 만악 성자를 죽이겠다고 우린 목숨 걸고 싸웠어요. 마지막까지 피를 토하며 버텼단 말이에요! 그런데 고작 성금 하나 때문에 그 초심을 버리자고요?” “지난 전투에서 우린 사십 명 넘는 형제들을 잃었어요!” 조상민도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 개자식을 어렵게 잡아놓고 그깟 보물에 바꿔주자고요? 쳇! 우리 형제들의 시체도 아직 식지 않았어요!” 문흑곤은 아예 쇠지팡이를 땅에 꽂아버렸다. 쾅. 그러자 푸른 돌바닥이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 “반드시 만악 성자의 머리를 마을 어귀 깃대에 걸어야 해요! 죽은 형제들이 그걸 볼 수 있게, 우리가 헛되이 피 흘리지 않았단 걸 알게 해야죠!” 그 순간 공기마저 얼어붙었다. 사람들 머릿속에 죽은 전우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각자의 가슴속에서 묵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