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는 무리를 이끌고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청이만 곁에 두고 나머지 여자 제자들은 모두 마을 어귀에 남겨 지키게 했다.
청이는 손이 매우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 돌로 만든 둥근 걸상 열댓 개를 나르더니 영기가 피어오르는 차를 몇 주전자나 끓여냈다.
“앉으세요.”
그녀가 모두를 불러 자리에 앉히자 돌상 위에 놓인 찻잔들이 맑은 소리를 냈다. 마치 산속 옥돌에 샘물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청아하게.
“그놈을 데려와.”
이천후는 턱을 살짝 들어 우나연에게 신호를 보냈고 곧 자유신장이 금빛을 번뜩였다. 그리고 곧바로 만악 성자가 축 늘어진 채 땅바닥에 쓰러졌다. 온몸의 경맥은 전부 끊겼고 수련은 이미 폐쇄된 상태인 데다가 겨우 가슴만 미약하게 들썩이며 반쯤 살아 있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그때 마을 밖에서 오대 산채 소속의 한 첩자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밀서 하나를 내밀었다.
“요광 성자가 말을 흘렸습니다! 저 만악 성자 놈의 목숨을 조건으로 극도 신재 한 덩이를 내놓겠답니다!”
“뭐라고?”
순간 모두의 손에 들린 찻잔에서 물이 넘쳤다.
극도 신재는 제병을 단련할 수 있는 희귀한 성물이고 심지어 준제급 인물조차 군침을 흘릴 정도니 말 다 했다.
안연철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요광 성자, 제정신이 아니네요? 제병을 만드는 재료를 저런 썩은 목숨 하나랑 바꾸겠다니.”
그의 아버지는 창해역에서 손꼽히는 대부호지만 가문의 보물고를 죄다 뒤집어도 극도 신재는 그림자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 극도 신재가 구체적으로 뭐야?”
극광 성자가 이를 악문 채 물었고 그의 주먹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
“성요선금이라고 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지붕이 들썩일 만큼 모두가 숨을 들이켰다.
‘성요선금’은 온몸에 성운의 빛이 흐르는 전설의 재료다. 구중천 밖에서 떨어진 별의 정수가 백만 년에 걸쳐 손톱 크기로 굳어진다는 희귀한 보물이었고 과거 운희 여제가 팔황을 평정할 때 사용한 악기인 만성금 역시 성요선금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녀가 줄 하나 튕기자 은하가 산산이 부서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