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6장

신마기린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순식간에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고 네 다리가 허공을 차며 역방향으로 미친 듯이 질주했다. 치이이익... 마신처럼 거대한 몸체가 공기를 가르며 질주하자 폭주하는 불꽃이 수십 장의 꼬리를 그리며 뒤를 따랐다. 신마기린이 지나간 자리마다 공간이 비틀리며 새까맣게 타들어갔고 지면과 산봉우리는 지옥불의 열기에 쓸려 나가며 폭발하듯 부서졌다. 쇠처럼 단단한 암석층도 박살나고 파편은 폭우처럼 사방에 흩날렸다. 이 순간 신마기린의 속도는 전보다 수십 배는 빨라졌다.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말등에 올라탄 우나연은 너무나도 강한 가속에 몸이 붕 떠올랐다. 귓가엔 귀청이 찢길 듯한 폭음이 울렸고 바람의 압력에 피부가 진동하며 갈라질 듯 찢어질 지경이었다. 영동경이나 화령경 수련자였으면 이미 온몸의 경맥이 터지고 눈, 코, 입, 귀에서 피가 흘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부대경 강자였다. 아직 기운이 전부 강기로 정제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몸 바깥에 보호막을 형성해낼 수 있었다. 우나연은 발끝에 힘을 줘 마치 산에 뿌리박은 듯 자세를 억지로 고정시켰고 신마기린은 붉은 잔상으로 변하며 눈 깜짝할 새 백 리를 가로질렀다. 뒤따르던 추격자들은 반응조차 할 새 없이 저 멀리 하늘 위로 갑작스레 불꼬리를 끌며 날아오는 유성 하나를 목격했다. 그건 바로 산을 태우고 바다를 끓일 듯한 기세로 돌진해 오는 신마기린의 돌격이었다. 쾅. 이때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 불씨처럼 모여 있던 십여 명의 추격자들이 화염 속에서 산산조각 났다. 폭렬한 기류가 불꽃을 몰고 와 주변을 휩쓸었고 그들의 뼈까지 전부 태워 소멸시켰다. 남은 것은 땅 위에 새겨진 몇 줄의 시커먼 소각 자국뿐. 이천후는 말등 위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옷자락은 불꽃처럼 휘날렸고 눈빛은 사냥감을 내려다보는 맹수처럼 냉혹했다. 살아남은 열댓 명의 생령들은 벌벌 떨며 주저앉았다. 그중 두 명의 적산 고대 천교는 여전히 화령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