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져가는 이천후를 멍하니 바라보며 남은 추격자들은 마치 땅에 못 박힌 말뚝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천후라는 이름은 이미 등천로 전역에 울려 퍼졌고 특히 지존연맹에게 있어 그 세 글자는 마치 악귀의 주문처럼 공포의 상징이었다.
이 자리에 남은 자들은 모두 지존연맹이 심어둔 첩자였다. 이천후의 흔적을 발견하자 몰래 뒤를 밟기 시작했으나 이들은 조직 내에서도 말단들이라 이천후에게 가까이 붙지도 못한 채 피 냄새 맡은 하이에나처럼 멀찍이 뒤를 쫓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천후가 돌연 말을 돌려 역공을 펼치고 맨 앞에 있던 적산의 고대 천교 둘을 단숨에 꿰뚫어 죽일 줄은.
남은 자들은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전신이 굳어버렸다. 심지어 몇몇은 튀어오른 뜨거운 피를 얼굴에 뒤집어썼음에도 닦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뒤에 붙은 놈들 전부 혼비백산해서 도망쳤네요. 잠깐 숨 좀 돌릴까요?”
우나연은 흔들리는 말등 위에 외다리로 선 채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말했다.
이천후는 활시위를 감돌던 붉은 빛을 손끝으로 쓸며 말했다.
“저 자식들은 미끼일 뿐이야. 진짜 무서운 놈들은 지금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을 거야. 우리가 살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지존연맹의 성자며 성녀들까지 죄다 뛰어올 거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천후의 목 뒤로 싸늘한 기운이 삽시간에 퍼졌다. 마치 독사가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것처럼 죽음의 예감이 본능적으로 그의 몸을 덮쳤다.
“큭!”
곧바로 그의 온몸이 금빛 광휘에 휩싸였고 마치 태양이 폭발하듯 신성한 빛줄기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그는 곧장 만고금신을 발동하며 몸을 피하려 했으나 그보다 더 빠른 죽음의 일격이 이미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쾅.
허공이 찢기며 날아든 건 차가운 금빛을 품은 거대한 짐승의 발이었는데 세상을 가를 듯 날카로운 그 발은 마치 극광 성자가 순간이동하는 속도와 맞먹을 정도로 빠르게 나타났다.
스르르륵...
짐승의 발톱이 이천후의 등줄기를 스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