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8장

우나연은 손을 꽉 움켜쥔 탓에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이 생물을 알고 있었다. 태고 시절 이름만으로도 온 천하를 떨게 만든 이 종족은 잠행과 은신하는 기예가 모든 종족 중 단연 으뜸이었고 날카롭기 짝이 없는 유명묘의 발톱은 모두가 두려워했다. 거기에 닿기만 해도 죽어나가고 할퀴면 몸이 갈기갈기 찢기니까. 유명묘는 암살과 잠행에 특화된 마수였다. 과거 수많은 인간 강자들이 유명묘에게 가슴을 뚫리고 목숨을 잃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어느 날 한 성인이 서재에서 서류를 검토하던 중 느닷없이 나타난 유명묘에게 몸이 갈가리 찢겨 죽음을 맞이했다는 일화도 있었다. 이천후는 전신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유명묘를 응시하며 머릿속으로 그간 오대 산채 첩자들이 보내온 정보들을 떠올렸다. 지존연맹 소속 흑마산의 유명 성자는 별명이 암살왕이었다. 이천후는 며칠 전부터 유명 성자의 기록을 샅샅이 분석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상황을 보니 결코 간단치 않았다. “역시 유명 성자였군.” 이천후는 소 한 마리만큼 거대한 검은색 영묘를 바라보며 눈매를 좁혔다. ‘방금 그 공격은 진짜 위태로웠어.’ 그는 눈동자에 어두운 빛이 스쳤고 속으로 계산을 굴렸다. ‘만약 대용혈술로 저자의 혈기를 흡수하고 은신과 암살의 절기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내 전투력은 최소 두 배는 뛸 거야.’ 한편 정작 유명 성자는 그보다 더 충격에 빠져 있었다. 조금 전 그가 전신의 힘을 모아 날린 심장 적중 일격, 산을 쪼개고 대지를 가를 만한 그 일격이 고작 이천후의 등에 세 줄의 상처만 남겼다니. 원래는 그의 심장을 부수고 그 여파로 신혼까지 산산조각 낼 계획이었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네가 적산의 만악 성자를 죽였단 소문을 들었는데 허튼 소리가 아니었군.” 유명묘는 등을 잔뜩 웅크리며 털을 뾰족하게 세웠고 눈동자에서 음산한 녹빛이 두 개의 유령불처럼 타올랐다. “하지만 네가 감히 지존연맹에 맞서겠다니? 설령 네가 천제의 환생이라 해도 지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