솨솨솨...
이천후가 공중에 마치 정해진 자리라도 된 듯 꼿꼿이 떠 있는 가운데 그의 몸 주위로 연쇄적인 폭풍음이 폭발하듯 울려 퍼졌다.
그로 인해 산이 흔들렸고 굵은 나무들은 보이지 않는 폭풍에 뿌리째 뽑혀 날아갔으며 맷돌만 한 산석들은 마치 믹서기에 들어간 것처럼 산산조각이 되어 가루로 부서졌다.
그 말세의 광경 한가운데 유유히 고속으로 움직이는 유령 같은 존재가 있었는데 바로 유명묘였다.
이천후는 더는 그 그림자 같은 잔상을 쫓기를 포기하고 광풍에 나부끼는 전투복을 입은 채 말했다.
“유명 성자, 지금 나랑 숨바꼭질하는 거냐? 팽이처럼 뱅뱅 도는 거 안 어지러워?”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뿐이었다.
유명묘족이 가장 잘하는 전법은 바로 ‘죽음의 왈츠’였다. 그들은 귀신 같은 보법으로 사냥감 주위를 맴돌며 신경을 극한까지 조여온다. 발톱을 드러내기 전에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 그들의 공격 방식이었고 적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 단 한 방으로 치명상을 안긴다.
쿵.
또 하나의 천년 고목이 기류에 휘말려 뿌리째 뽑히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이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비열한 전법의 실체를 파악했다. 이 짐승은 전장을 통째로 폭풍의 소용돌이로 바꿔놓고 자신은 그 안에서 그림자처럼 숨어 다녔다. 어떤 공격이 머리 위에서 떨어질지, 발밑에서 솟아오를지 절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재수 없는 날이네, 정말.”
이천후가 뱉은 침이 바람에 흩어졌다.
그 순간 그의 발밑 땅은 거미줄 같은 금이 가며 갈라졌고 동시에 머리 위에서는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퍼졌다. 전부 유명묘가 초고속으로 만든 페이크 동작이었다.
일곱 번째 바위가 가루가 되어 산산이 부서지던 찰나 이천후는 피식 웃었다. 이내 두 손을 모아 인을 맺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그의 몸을 둘러싼 호신 강기가 금종처럼 둥글게 펼쳐져 전신을 감쌌다.
“좋아. 너는 계속 돌아. 난 잠깐 눈 좀 붙이련다.”
그가 눈을 감는 순간 귀를 찢는 듯한 수인성 포효가 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