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는 신마기린의 속력을 끌어올려 질주했고 그 뒤를 바짝 쫓던 유명 성자의 잇따른 맹공은 모두 그의 손에 간파당해 무력화됐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싸움 속에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사냥감이 눈앞에서 달아나려 하자 유명 성자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금익 붕조!”
하늘 끝에서 맑고 날카로운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수십 미터에 달하는 금빛 거대 붕새 한 마리가 구름을 찢고 날아올랐다.
유명 성자는 그대로 붕새의 등에 올라탔고 붕새가 날개를 퍼덕이자 광풍이 일어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이천후를 바짝 따라붙었다.
‘과연 하늘의 지배자답군.’
금익 붕조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고 신마기린이 네 발에 바람을 달고 달려도 당장은 따돌릴 수 없을 정도였다.
“속도 유지해!”
이천후는 들썩이는 신마기린의 몸통을 눌러 가라앉히며 속삭였다.
“우린 천천히 놈들을 분천곡으로 유인하면 돼.”
신마기린은 곧바로 이천후의 뜻을 알아챈 듯 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채 계속 달렸다.
그렇게 서로 추격하며 만 리가 넘는 거리를 질주한 끝에 갑자기 앞쪽에서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폭음이 터졌고 동시에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눈앞에 솟아오른 아홉 개의 불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 치솟더니 이내 하늘을 가리고 땅을 덮는 거대한 화염의 감옥으로 변해 이천후 일행을 가둬버렸다.
“오빠, 매복한 놈들이 있어요!”
우나연이 놀라 소리쳤다.
이때 지면이 거북 등처럼 갈라지며 뜨거운 용암이 분수처럼 치솟았고 동시에 허공에는 세 개의 다리를 가진 황금빛 까마귀의 환영이 떠올랐다.
그것은 진짜 태양의 불꽃을 품은 거대한 발을 드리운 채 하늘에서 내려왔고 그 발이 닿는 곳마다 산석은 유리로 변하고 하늘을 찌르던 고목들은 순식간에 기화돼 버렸다.
“만마곡의 세찬 태자야!”
이천후는 불바다 속에서 걸어나오는 그 실루엣을 노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온몸에 아홉 개의 작열하는 태양이 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그가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분천주해’의 주인공, 삼족 금오의 혈맥을 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