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02장

세찬 태자의 몸은 마치 화산 용암보다도 뜨겁게 증오로 불타고 있었다. 가장 아끼던 동생 금오 대왕이 바로 이천후에게 참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수와 마주친 이 자리에서 더 이상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곧장 죽음을 건 전투가 시작됐고 살의로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유명 성자는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마치 맹독을 품은 독사가 전장을 유영하듯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언제든 이천후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태세였다. 하지만 이천후는 허공 위에 우뚝 떠서 펄럭이는 옷자락 소리를 뒤로 한 채 단 한 치도 물러섬 없는 자세로 두 명의 강적을 마주했다. 순간 ‘슈욱’ 하고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이천후의 몸이 유성처럼 빛을 그리며 세찬 태자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하늘 전체가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다. 비틀려 찢어지는 허공에서 통곡이 울려 퍼졌고 세찬 태자의 두 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주위엔 아홉 마리 불꽃의 용이 휘감겨 있었고 그가 지나가는 자리에선 공기조차 활활 타올랐다. 두 사람의 첫 교전부터 살기가 담겨 있었는데 금빛 주먹과 붉은 화룡이 끊임없이 부딪치며 머리 위의 구름이 솜처럼 찢겨 흩날렸다. 격돌이 일어날 때마다 번개 같은 섬광이 퍼졌고 마치 열 개의 태양이 동시에 솟은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지상의 산악은 그 충격파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하늘에 흩날리던 금오의 깃털들은 피를 머금고 떨어졌고 이천후는 수백 장 뒤로 밀려났으며 입에서는 가느다란 피줄기가 흘러내렸다. 인간 천교와 요족 왕자의 정면 격돌은 생사를 건 혈투였다. 바로 그때 한 줄기 어둡고 푸른 유령 같은 그림자가 번뜩이며 나타났는데 유명 성자의 다섯 손가락이 예리한 갈고리로 변하더니 이천후의 가슴을 그대로 꿰뚫었다. 그런데 유명 성자가 이천후의 심장을 도려내려는 찰나 얼음처럼 차갑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이천후의 두 눈과.마주쳤다. “기다리고 있었어.” 이천후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 순간 하늘 위에서 쏟아진 두 개의 거대한 바퀴 해와 달의 형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