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는 가슴의 상처를 움켜쥔 채 수백 장 뒤로 물러나며 전신에서 피어오른 열반의 금빛 광휘로 부상당한 몸을 빠르게 치유했다. 붉게 충혈된 두 눈은 하늘을 날고 있는 금오를 향해 치켜올라가 있었고 이내 이빨을 드러내며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이 털북숭이 짐승아, 감히 날 다치게 해? 내가 오늘 그 털을 한 올도 남김없이 다 뽑아버려 닭으로 만들어 주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산예의 허상이 번개를 두르고 돌진했고 뒤따라 황금빛 월륜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금오는 긴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날개를 펼쳐 맞섰고 불꽃 깃털과 보법이 맞부딪쳐 하늘을 가득 메운 불꽃의 별무리를 일으켰다.
그렇게 순식간에 하늘 전체가 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오빠, 지존연맹의 추격병들이 도착했어요!”
신마기린 등에 올라탄 우나연이 다급히 외쳤다.
하늘 끝에서 먹구름이 뒤엉키며 일렁거렸고 수많은 수련자들이 법보를 밟고 구름을 가르며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들이 뿜어내는 살기는 이미 실체를 이룬 선혈의 안개처럼 온 하늘을 뒤덮었다.
쉬이익.
우나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등 뒤 공간이 쨍 소리와 함께 갈라지며 검은 틈이 생겼다. 그 틈 사이로 유명 성자가 음산한 기운을 휘감은 채 나타났고 유령 같은 손이 뻗쳐 그녀의 심장 뒤편 불과 세 치 앞까지 다가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틈도 없는 위기였다.
신마기린의 갈기털이 순식간에 곤두섰고 네 발굽에 힘을 주어 번개처럼 튀어오르며 주인을 수백 장 앞으로 튀어나가게 했다. 섬뜩한 유령 발은 간발의 차이로 우나연의 등을 스쳐 지나갔고 그녀의 비단 옷감 절반을 찢어놓으며 눈부신 어깨 위에 다섯 줄의 피자국을 남겼다.
“어서 타요!”
불꽃을 뿜는 신마기린이 이천후 앞까지 질주해오자 이천후는 한 발로 튕겨올라 단숨에 말등에 올랐다. 신마기린은 하늘을 찢는 듯한 용의 울음을 터뜨리며 네 발굽이 닿는 자리마다 불길이 솟구쳐 화염의 길을 만들면서 마치 거대한 불의 용처럼 포위망을 뚫고 나갔다.
지존연맹의 추격병들이 포위를 완성하려는 찰나 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