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20장

화염룡과 자주색 옷을 입은 소년은 동시에 냉소를 흘렸다. 둘 다 세상에 몇 안 되는 절세의 천재들이니 안목 또한 남달랐고 이천후의 의도를 단번에 간파한 것이다. 그들은 곧장 몸속의 신력을 거세게 끌어올리더니 천지를 울릴 기세로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는데 이천후를 이 자리에서 단칼에 베어버리겠다는 태세였다. 하지만 이천후의 목숨은 그의 뼈만큼이나 질겼다. 그는 크게 고함을 지르며 방어라곤 단 한 치도 없이 온몸으로 두 사람의 힘을 끌어들였다.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제10의 영혈을 열어젖히려는 심산이었다. 제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이었으니 그야말로 광기에 가까운 행위였다. 하지만 다행히 이천후에겐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절세의 보체는 허명이 아니었고 두 사람의 끊임없는 강공을 받아내면서도 그는 끝내 쓰러지지 않았다. 쾅. 쾅. 쾅... 이때 이천후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아홉 개의 용광로가 일제히 빛을 내뿜었고 하늘을 꿰뚫고 땅을 뒤흔들 만큼 거대한 신기가 솟구치며 열 번째 영동을 안정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그와 동시에 천지간에 무시무시한 기운이 휘몰아쳤고 마치 절세의 흉수가 하늘 너머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듯한 광포한 파동이 일었다. 이에 이 공간에 머무르던 생령들은 죄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방심했다간 한순간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근처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신염산의 생령들 또한 놀라 뒷걸음질치며 전장의 중심에서 멀찍이 물러났다. 그들도 뼛속 깊이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으아아아!” 이천후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비명을 질렀다. 두 명의 강자에게 공격당하면서도 동시에 제10의 영혈을 단련하고 있으니 고통이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 뼈가 가루가 되는 듯한 통증, 불꽃에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번갈아가며 밀려왔다. 심지어 그의 신혼마저 격렬히 흔들렸고 영대 속 금불은 산산이 부서졌다가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문이었다. 이천후는 마치 지옥에 떨어진 듯한 고통 속에 빠져 있었고 이 순간만큼은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