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6장

금빛 작은 용광로는 천둥의 기운이 주입될수록 점점 실체를 갖춰갔다. 용광로 몸통 양옆으로는 뇌운이 새겨진 두 개의 ‘귀’가 서서히 드러났다. 마침내 마지막 한 줄기 뇌광이 용광로 속으로 스며들자 이천후의 단전이 갑작스럽게 격렬히 진동했다. 조그마해 보이던 그 뇌제정은 마치 태고의 흉수가 깨어난 듯 사납고 위압적인 기세를 뿜어냈고 용광로의 입에서 토해낸 번개는 주변 공간을 뜨겁게 태워 그을음을 남겼다. “이건 그야말로 나라를 지탱할 만한 중기로군.” 이천후는 기해 안에서 거칠게 요동치는 뇌광을 느끼며 혼까지 떨리는 전율을 맛봤다. 천벌의 뇌격으로 단련된 이 용광로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마치 천지의 형벌을 집행할 자격을 부여받은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는 단전 부근을 손끝으로 가만히 어루만졌다. 그 순간 손끝 너머로 은은한 용의 울음소리가 전해졌다. 훗날 한아연에게 천조 신곤을 돌려주게 된다면 이 뇌제정 하나면 등천로에서 적과 겨루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용광로의 몸통을 감싸고 흐르는 도운은 경이로웠다. 세 개의 다리는 혼돈을 떠받들고 두 개의 귀는 음양을 나누며 용광로의 복부는 천지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겨우 손바닥만 한 이 물건이 천지 순환의 이치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천후는 눈을 감고 깊이 관조하며 용광로 속에서 울려 퍼지는 도경의 낭송을 듣는 듯한 환청까지 느꼈다. 다만 지금 기해에 떠 있는 금정은 막 태어난 갓난아이에 불과했다. 용광로 몸통의 뇌문은 겨우 마흔아홉 줄기였고 이 숫자가 팔십일의 원만수를 이뤄야 비로소 뇌제가 천하를 진압하던 위엄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천벌 구름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고 하늘에서 쏟아지던 뇌폭도 이제 강쇠를 떠난 쇠처럼 힘이 빠져가고 있었다. “열반 비법, 개방!” 이천후는 이를 악물고 하늘로 솟구쳤고 몸속의 뼈들이 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냈다. 하늘 가득한 뇌사가 그의 도전을 받아들인 듯 만 겹의 보랏빛 번개창이 그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