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바로 본좌다!”
김치형은 턱을 들고 당당히 외쳤고 말투며 태도며 오만함이 철철 넘쳤다.
퍽.
그러자 이천후가 팔을 뻗어 그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한 대 후려쳤다.
“무슨 본좌 타령이야? 얼른 삼촌이라고 불러!”
“너 죽고 싶냐?”
김치형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먹구름처럼 어두워졌고 몸 주변으로는 살기가 솟구쳤다. 그는 온몸에서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며 이를 갈았다.
“본좌가 직접 상대해주지!”
이때 신마기린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며 다가섰다. 다부진 체격에 눈빛은 전투욕으로 들끓고 있었고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김치형을 노려보았다.
김치형은 상대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심연 같은 기혈에 깜짝 놀랐다.
‘이건 분명 신수의 화신이잖아!’
“기운 쎄네. 한 판 제대로 붙어보고 싶긴 하다만...”
김치형은 갑자기 전투 기세를 거두며 턱을 만지작거렸다.
“지금은 안 돼.”
“겁났냐?”
신마기린은 예전부터 이 잘난 체하는 놈을 한 번 조져주고 싶었다.
“우리 삼촌께서 엄명을 내리셨거든...”
김치형은 성가신 듯 금빛 머리를 헝클이며 중얼거렸다.
“너희랑은 당분간 싸우지 말라고.”
“그래, 어른 말씀 잘 들어야지!”
이천후는 다시 한번 그의 뒤통수를 툭 치며 훈계하는 어른의 포즈를 잡았다. 김치형을 맡아 잘 단련해달라는 김태일의 부탁을 이천후는 아주 충실하게 이행 중이었다.
“신염산만 벗어나봐라. 그때는 널 이 빠지게 만들어줄 거니까!”
김치형은 금빛 눈동자에 불꽃을 담은 채 분노를 토해냈다.
“그 이로 뼈다귀나 뜯어라, 이놈아.”
이천후는 웃으며 우나연을 끌어안고 훌쩍 뛰어올랐다. 신마기린은 즉시 본모습으로 돌아가 몸을 낮췄고 두 사람은 그 등에 올라섰다.
수많은 구름이 감도는 그 등 위에서 그들은 눈 깜짝할 새에 빛의 궤적을 그리며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야! 기다리라니까!”
김치형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가 선 자리에서 붉은 화운이 폭발하듯 솟아오르더니 뒤이은 긴 불꽃의 꼬리를 끌며 그 역시 하늘을 날았다. 그의 질주는 새들을 놀라게 하며 하늘을 수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