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형은 그대로 모래밭에 곤두박질쳤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
이천후는 그를 한 손으로 낚아채 신마기린 위에 던져올리며 검은 망토를 펄럭거렸다.
“자, 첫 수업이다.”
바람을 가르는 망토 끝이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냈다. 남은 수백 리의 해역을 가로지르자 하늘 끝에 비선성의 윤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는 길목마다 떠도는 수련자들의 이야기가 들렸는데 열 마디 중 아홉 마디는 이틀 전 벌어진 그 전설적인 싸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황촌의 주인이 요광 성수를 정면으로 찍어 눌러 해와 달도 숨을 정도였다고 하면서 말이다.
“지들 멋대로 휴전을 선언하다니, 하!”
우나연이 코웃음을 쳤다.
“뒷감당도 못 하면서 입은 살아 있네.”
그 순간 신마기린이 앞발을 들고 우렁차게 울부짖었고 이천후의 눈빛엔 날카로운 서늘함이 스쳤다.
“걔들이 쉬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지. 황촌의 칼은 오직 원수만 갈라. 항복 따위는 안 받아.”
“탁재환 씨랑 민희 언니는 진짜 대단해요! 바로 지존연맹의 태원 고대 광맥을 쳐들어갔잖아요.”
우나연은 영과를 하나 베어 물며 웃었다.
“그 광맥이 걔네들 생명줄 아니에요? 뺏기면 속 터져 죽을걸요?”
이천후는 싸늘하게 웃었다.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지. 태원 고대 광맥은 그냥 시작일 뿐이야. 비선성에 있는 연맹의 거점들전부 내가 가져갈 거야.”
그는 지금보다 약했을 때조차 겁 없이 지존연맹과 맞섰었는데 힘이 몇 배로 는 지금은 더욱 물러날 이유가 없었다.
“으아악!”
그런데 이때 날카로운 비명이 산림을 가르며 터져나왔다. 그리고 숲을 가르며 하늘을 나는 그들의 왼쪽 전방에서 매질 소리가 뚜렷이 들려왔다.
이천후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신념은 거미줄처럼 펼쳐졌고 그가 본 광경은 이러했다.
검은 무늬가 수놓인 외투를 입은 고대 천교 두 명이 검은 안개가 일렁이는 뼈 채찍으로 수십 명의 죄인을 마구 때리고 있었는데 그 복색을 보니 바로 흑마산의 고대 천교들이었다.
“그 잘난 지존연맹의 X새끼들이군.”
이천후가 혀를 날름거리며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