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89장

“믿습니다, 믿어요! 아가씨, 제발 위압 좀 거두어 주세요!” 연재훈은 놀람과 두려움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천후 형님 옆에 붙어 있는 사람들은 전부 괴물들이네? 겨우 열다섯이나 열여섯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부대경 중기라니? 이건 그야말로 등천로 위에 군림하는 절정급 천교들과 맞먹는 수준이잖아!’ 연재훈도 참 딱한 처지였다. 한 달간 정석 광산에 갇혀 세상과 단절된 채 광질만 하다 보니 황촌과 지존연맹 사이에서 벌어진 대전을 전혀 알 리가 없었던 것이다. “자, 도무성으로 가자.” 이천후가 신마기린에게 명했다. 쾅. 그러자 신마기린의 네 발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그 자리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불빛이 뻗어나갔다. 그 불빛은 허공 위에 하나의 불꽃 대로를 만들어내며 하늘 너머로 길게 이어졌다. 이 갑작스러운 광경에 연재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쉭. 곧이어 신마기린이 한차례 길게 울부짖더니 이천후 일행을 태우고 그대로 화염의 대로를 따라 질주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기세와 맞부딪힌 연재훈은 그대로 뒤로 날아갈 뻔했지만 이내 한 줄기 불빛이 그를 감싸며 도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는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힌 듯 신마기린의 뒤를 따라 빠르게 날아갔다. 속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랐고 연재훈은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으며 순식간에 수백 리를 날아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버렸다. “연복재는 어디 있어?” 이천후는 신마기린 등에 올라선 채 공중에서 성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저, 저기입니다! 가장 큰 마당 성주부의 정중앙에 있어요!” 연재훈은 어지러움을 참으며 몇 번이고 눈을 깜박인 끝에 겨우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고 신마기린을 다시금 올려다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이게 이천후 형님의 탈것이란 말이야? 정말 신령하고 웅장하네. 속도는 하늘을 찌르고 마치 전설 속의 신수 같군...’ “내려가자.” 이천후가 낮게 말했다. 슈웅. 신마기린은 거대한 불빛으로 변하며 성을 향해 낙하했고 목표는 바로 성 안에서도 가장 넓고 호화로운 중정 성주부의 중심이자 오늘의 결혼식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