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는 도무성 쪽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노을 속에 검은 쇠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은 마치 웅크린 흉수가 기회를 노리는 듯 위압적으로 솟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반드시 그곳에 들어가야 했다. 연씨 가문의 세 자매와 얽힌 인연은 차치하더라도 연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 연원영은 태허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당시 죽을 뻔했던 그를 밤낮으로 간호했고 입에 넣는 탕약조차 온도를 확인한 후 먹여주던 그 정성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이 친구들은 누구야?”
이천후가 손을 들어 구석에 모여 있던 열댓 명의 피투성이 무사들을 가리켰다.
“전부 저랑 함께 광산에서 탈출한 형제들입니다.”
연재훈이 얼굴에 묻은 피와 먼지를 닦으며 설명했다.
이천후의 손끝에서 몇 줄기 금빛 광채가 튀어나오더니 그들을 구속하던 현철 사슬이 챙그랑 하고 산산조각 났다.
그의 넓은 소매가 바람도 없는데 퍼르르 떨리더니 수십 줄기의 영기가 형제들 각자의 손바닥 위에 정확히 안착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빛나는 세 알의 고급 영단이었다.
“4품 3문 청단! 이건 근육과 뼈를 다시 이을 수 있는 상급 영약이잖아요!”
“이 옆에 검은 문양이 있는 건 3품 세수단 아닌가요? 몸을 근본부터 바꿔주는 약이라고 들었어요!”
“가장 오른쪽에서 금빛이 퍼지는 건 4품 정원단이죠!”
감탄과 놀람이 연달아 터져 나와 돌숲을 울렸다.
돌만 캐던 이 하층 무사들에게는 2품 단약만 해도 감지덕지였는데 지금 그들의 손바닥 위에 놓인 건 천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고품질 영약이었다.
모두가 손에 불덩이를 올려놓은 듯 덜덜 떨며 넋을 놓고 있었다.
“치료에 써요.”
이천후는 손을 대충 내저었다.
“전, 전부... 저희에게 주시는 겁니까?”
가장 앞에 선 대장 격의 사내가 말더듬으며 물었다. 그는 손등에 핏줄이 우글거릴 정도로 꽉 쥐고 있어 마치 누가 뺏어갈까 두려워하는 듯했다.
그들은 목숨 걸고 수개월을 캐야 하나 겨우 구경만 할 수 있었던 그런 약들인데 지금 눈앞에 세 알씩이나 쥐어졌다니.
이천후는 그들의 공손한 눈빛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