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연재훈 같은 무사 백 명을 한데 묶어 성주부로 돌격시킨다 한들 결과는 뻔했다. 모조리 개죽음일 뿐이다.
“왜, 겁먹었어?”
이천후가 고개를 저으며 비웃듯 말했고 말투에는 노골적인 조롱이 섞여 있었다.
“전엔 대담했잖아? 목숨 걸고 정석 광산에서 탈출한 것도 아가씨들을 구하려던 거 아니었어? 그런데 이제야 와서 무서워졌어?”
“겁먹었다뇨!”
이천후의 말은 기름 위에 불을 붓는 격이었고 연재훈의 피가 활활 끓어올랐다. 그는 우렁찬 고함과 함께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휙 하고 몸을 날려 적염마의 등 위에 올라탔다.
“민정 아가씨는 저한테 은인이에요! 저는 죽는다 해도 상관없고 무서워할 이유도 없어요!”
“지금 당장 민정 아가씨를 구하러 갈 겁니다!”
연재훈의 외침은 천지를 울릴 듯했다. 그는 전신에 살기를 두르고 적염마를 타고 번개처럼 성주부 아래로 곧장 내달렸다.
그의 눈빛엔 오직 ‘죽어도 좋다’는 한 가지 각오만 서려 있었다.
슈우우우...
기린마의 속도는 실로 어마어마했고 순식간에 성주부 상공 약 백 미터 지점까지 돌진해왔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성주부의 호성 진법이 불현듯 눈부신 빛을 뿜으며 발동됐다.
이곳 성주부는 높은 담과 위압적인 구조를 갖췄을 뿐 아니라 외벽 곳곳에 정교한 진법이 새겨져 있었고 방어는 물론 살상까지 가능한 살벌한 구조였다.
그때 아래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사람들이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포효를 들었다. 그 음파에 대지까지 떨렸고 성벽마저 요동쳤다.
현장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고 특히 신부의 손을 잡고 막 예식을 올리려던 연복재는 상상도 못 했던 돌발 사태에 크게 놀라 독사처럼 차가운 눈빛을 드러냈다.
붉은 불꽃으로 뒤덮인 기괴한 거수 한 마리가 공중에 떠 있었고 그 거수는 콧김 사이로 불꽃과 연무를 뿜어내며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할 만큼 강대한 위압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등 위엔한 사내가 서 있었다.
“연재훈? 네가 왜 거기 있어!”
연복재는 그 얼굴을 알아보곤 눈을 크게 떴다. 이내 경멸과 조소가 얼굴 가득 피어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