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7장
처음엔 그냥 착각이거나 허영심이 만들어낸 감정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떨림은 마치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밤마다 꿈결 속에 이천후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의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기세와 넘치는 자신감, 빼어난 용모를 잊을 수 없었다. 심지어 몽정 속에서 그녀와 애틋하게 얽혀 있는 남자도 이천후였다.
게다가 조금 전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혼례장의 대혼란 속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그 찰나 그녀의 뇌리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 역시 다름 아닌 이천후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이 모든 건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연유리의 마음속엔 하나의 고집스러운 소망이 있었다.
‘나는 반드시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에게 시집갈 거야.’
하늘을 집어삼킬 듯한 기개, 세상 무엇에도 물러서지 않는 강단, 남들 모두가 고개 숙일 수밖에 없는 위엄과 광휘, 그 모든 조건을 갖춘 유일무이한 사내와 말이다.
그리고 지금 등천로의 정점에 서 있는 이 남자 이천후는 그녀가 수없이 마음속에서 그려온 이상형의 완벽한 화신이었다.
“과거 일은 다 잊었어요. 하하...”
이천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손을 가볍게 내저었고 그의 말투엔 세상을 많이 겪은 자만이 낼 수 있는 여유와 담담함이 스며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그 무심한 태도는 연유리의 마음에 두 가지 전혀 다른 파장을 일으켰다.
그녀는 일단 그가 예전의 불쾌한 기억을 모두 잊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그 직후 밀려온 감정은 더 크고 무거운 상실감이었다.
‘정말 천후 씨의 기억 속에 나의 흔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걸까?’
여인의 마음은 복잡하고 섬세했다. 연유리는 기대와 두려움 사이에서 끝없이 마음이 흔들렸고 그녀조차도 그 감정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한편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연민정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동생의 일렁이는 감정과 망설임을 전부 꿰뚫어 보았다.
그녀는 장녀로서 연유리의 어설프지만 불타는 마음이 어떤 종류의 감정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Haga clic para copiar el enlace
Descarga la aplicación Webfic para desbloquear contenido aún más emocionante
Encienda la cámara del teléfono para escanear directamente, o copie el enlace y ábralo en su navegador móvil
Encienda la cámara del teléfono para escanear directamente, o copie el enlace y ábralo en su navegador móv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