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형.”
이천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로에서 나와 함께 끝까지 가고 싶으면 반드시 황촌에 녹아들어야 해. 그냥 외부인이 아닌 진짜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모닥불 옆에서 바쁘게 움직이거나 잔을 들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희망에 찬 눈빛을 띠고 있는 황촌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지금까지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건 전부 이 생사를 맡길 수 있는 동료들 덕분이야. 그들이 없었더라면 나 이천후는 진작에 땅속에 묻혔을 거야.”
“저 사람들과 어울리라고? 형동생 하며 지내란 말이야?”
김치형은 냉소 섞인 웃음을 흘리며 턱을 살짝 치켜들었고 표정엔 신염산 도련님 특유의 자만이 담겨 있었다.
“나는 저들과 달라. 나는 김치형이고 나만의 방식이 있어. 누가 나에게 도전하면 나는 정정당당하게 받아들일 거야. 굳이 떼거리로 몰려들 필요가 있어?”
이천후는 피식 웃었다.
“정정당당하게?”
그의 눈에 웃음기가 어렸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전에 신염산에서 화염룡이랑 짜고 나를 협공하던 건 누군데?”
김치형은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말문이 막혔다.
이천후는 코웃음을 쳤다.
“그 잘난 신염산 도련님의 우월감 좀 그만 펼쳐. 넌 네가 대단한 줄 아나 본데 민희 성녀가 어떤 인물인지나 알고 떠드는 거야?”
김치형이 앞으로 성큼 다가왔고 그의 얼굴엔 진지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래, 그걸 묻고 싶었어. 그 여자가 사용한 영역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어. 부대경 무사가 어떻게 그런 걸 쓸 수 있어? 설령 비전을 써서 강제로 영역을 모사한다 해도 저 정도로 광대하고 안정적이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형태를 만드는 건 불가능해!”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이천후는 입을 열었다.
“그건 비전으로 억지로 구현해낸 가짜 영역이 아니라 민희 성녀가 스스로 깨달아낸 진짜 영역이야.”
“스스로... 깨달았다고?”
김치형은 멍한 표정으로 되뇌더니 곧바로 소리쳤다.
“말도 안 돼! 부대경에서 영역을 깨우친다고? 그건 완전히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