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헛걸음에도 이천후는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비록 아직까지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했지만 비선성은 천하의 온갖 기이한 보물이 모여드는 곳이라 나무 속성의 최고 보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다만 아직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었다.
문제는 이곳의 가게 수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었다. 곳곳마다 진귀한 물건들이 즐비하여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고 각양각색의 보물들이 그 가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아침 노을을 삼킨 듯 빛나는 만년 옥수, 흉수의 정혼이 봉인된 흉악한 뼈그릇, 그리고 신봉황이 벗어놓은 잔깃털이라 여겨지는 오색찬란한 유물까지...
하지만 그 진열대 뒤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는 순간 이천후는 입가에 경련이 일어났다. 아무리 두둑한 자금줄을 지닌 그라 해도 그 천문학적인 가격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지경이었다.
손이 근질거리는 충동을 간신히 눌러내며 그는 마음속의 목표를 다시금 되새겼다. 나무 속성 보물이야말로 지금 그에게 당장 필요하고도 유일한 목적이었다.
그때 김치형의 행동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적염헌’이라는 불 속성 전문 상점 앞에서 김치형은 망설임 하나 없이 곧장 정제된 육품 선정 만 근을 통째로 꺼내더니 그것으로 길이 삼 척 남짓 되는 전신이 붉게 타오르며 가장자리에서 유리처럼 오색광이 흐르는 불사조 깃털 하나를 사들였다.
그 깃털을 손에 넣는 순간 주변의 공기마저 뜨거워졌고 어렴풋이 맑고 높은 봉황의 울음소리가 맴돌기 시작했다.
이천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녀석, 제법 재력이 탄탄한 모양이네. 대뜸 육품 선정을 꺼내 들다니.’
밤이 내려앉고 도시는 온통 불빛으로 물들었다.
비선성의 번잡함은 밤이 되었다고 잦아들 기미가 없었고 오히려 진법의 찬란한 광휘가 온 도시를 이색적인 분위기로 물들였다. 사람들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졌고 이천후 일행은 마침내 ‘무릉 시장’이라는 거대한 지역에 도착해 발길을 멈췄다.
이 시장은 규모가 어마어마하여 중심구의 두 개의 번화한 대로를 관통하며 뻗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