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7장

시천마군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절대적인 심판의 권능이 서려 있었다. “용문 보물 광맥 아래 수많은 생령의 원혼과 살기가 뒤엉켜 형성된 혈육의 늪이 정오의 시각을 맞이하면 극양의 기운이 치솟고 원살이 하늘을 찌르며 그 힘이 극에 달한다. 그와 연결된 마계점 역시 이 음양 충돌로 인해 공간 장벽이 가장 취약한 경계에 도달하게 되지.” 그는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왕좌의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우리는 정오가 되면 움직여야 해.” “마군님!” 동유허가 벌떡 고개를 들며 외쳤다. 그 노쇠한 얼굴에는 놀라움과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 “설마 황촌이 지존연맹을 견제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지금 움직이면 위험이 너무나도 큽니다!”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시천마군의 입꼬리가 냉혹하게 올라갔다. 마치 그 말 자체가 우스운 농담이라도 되는 듯했다. “황촌이 움직이든 말든, 지존연맹이 오든 말든 오늘 마계점은 반드시 열릴 것이다. 우리 마족이 천로에 강림하는 발걸음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의 눈길이 아래를 쓸고 지나갔다. 마치 개미떼를 내려다보는 듯한 무심한 냉담함이자 생멸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절대자의 시선이었다. “충돌이 생길까 봐 무섭냐?” 그가 천천히 왕좌에서 일어서는 순간 조화마련의 내부 공간 전체가 갑자기 뒤틀리고 무너지는 듯한 위압이 휘몰아쳤는데 그 존재 하나만으로 우주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압도적인 마기의 해일이 마치 세상을 삼킬 멸세의 대홍수처럼 폭발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은빛의 전투복에 별무리가 무너지는 듯한 광채가 흐르고 있었고 머리에 얹힌 어두운 금색의 왕관에서는 아홉 개의 마성이 광란처럼 회전하며 무수한 마물들의 영혼을 굴복시키는 궁극의 위압을 쏟아냈다. “동유허, 네 말대로 이 찬란한 대세에 이토록 강력한 신체와 신혈이 무수히 태동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만천 만계가 우리 마족을 위해 준비한 가장 성대한 향연이지!” 그는 두 팔을 벌리며 마치 천로 전체를 끌어안으려는 듯 했고 그의 눈동자엔 성하조차 태워버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