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신들의 황혼이 가진 참된 의미야! 만물에는 끝이 있고 신권 역시 영원불멸한 것이 아니야! 네가 지닌 천자의 기운도 천도의 가호도 종말의 악장 앞에서는 보잘것없이 부서질 뿐이지!”
김치형의 의지가 봉익유금창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는 마치 억만의 사신들이 시공을 넘어 속삭이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
그것은 신권의 종말을 노래하는 장송곡이었고 소리 없는 주문들이 그의 심장 깊숙이 흐르며 음절 하나하나가 곧 시대의 종말을 이끌어내는 법칙과 직결되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생명들은 마치 얼음 동굴 속에 던져진 듯 숨이 막혀왔다.
그들의 눈에 비친 황혼은 더 이상 ‘석양이 무한히 아름답다’는 시정 따위가 아니었다. 오직 몰락 직전의 병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괴한 섬광, 죽음을 앞둔 최후의 반짝임뿐이었다.
서태극을 뒤덮은 명신의 기운은 단순한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서히 회전하며 절대적인 허무로 빨아들이는 죽음의 소용돌이였다.
그 심연의 중심에는 모든 희망과 빛을 삼키는 종극의 암흑이 도사리고 있었으니 마치 명계 가장 깊은 곳에서 솟아난 ‘귀멸의 눈’이 응시하며 거역할 수 없는 소환을 발하고 있는 듯했다.
“안 돼!”
서태극은 절망과 분노가 뒤섞인 비명을 토해냈다. 그의 몸속 황도룡기가 미친 듯이 불타올랐고 세계황주 또한 격렬히 진동하며 얼어붙은 시공의 황혼 굴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그의 육신은 응고된 공간 속에서 격렬하게 흔들리고 희미하게 번쩍이며 마치 호박 속에 갇힌 신룡이 스스로 운명을 찢어내려 발악하는 듯했다.
그러나 모두 헛수고였다. 김치형이 찔러낸 이 창은 명신 스스로가 써내려간 죽음의 칙령이었다. 그것은 운명의 장하가 일으킨 격류이자 반드시 표적을 삼키고야 마는 종말의 파도였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모두가 명토로 가라앉았다. 그의 의지가 미치는 곳마다 영원한 감옥이 펼쳐졌다.
태고의 금언이 이 순간 차가운 현실이 되어 울려 퍼졌다. 명신의 칙령이 생명을 거둬들이는 때 삼천세계, 삼라만상 가운데 누가 감히 새벽까지 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