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4장

이곳에서 황혼은 유일한 색이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해질녘이 아니었고 한 시대가 종말을 맞고 만물이 허무로 귀결되는 영원한 죽음의 황혼이었다. 창공 위에서 일월성신의 빛은 거칠게 지워지고 그 자리를 메운 것은 마치 굳어버린 혈액처럼 눌리고 탁한 어둠의 장막뿐이었다. 대지 아래 웅대한 산악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허공에 매달렸고 질주하던 강과 하천은 거꾸로 솟구쳐 구름을 뚫더니 곧장 역류해 썩은 피의 비가 되어 하늘에서 쏟아졌다. 법칙이 비명을 지르고 질서가 붕괴한다. ‘예악이 무너졌다’는 말조차 부족하다. 이것은 도의 근본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는 참극이었다. 높이 솟아 있던 절벽은 끝 모를 심연으로 뒤집혀 삼라만상을 삼키고 깊숙한 골짜기는 솟구쳐 올라 천공을 찌르는 시체의 산맥으로 변했다. 명계의 기운은 더 이상 침범하는 단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군림이었다. 십방신기에 의해 억겁 동안 억눌려 왔던 무궁한 명연이 그 투영을 억지로 이 세상 위에 덮쳐온 것이었다. 신들의 영광은 강제로 영원한 밤 속에 끌려 들어갔고 지배의 권능은 이미 주인을 바꾸었다. 허공에는 뒤틀리고 모독적인 사신들의 그림자가 황혼의 장막 아래서 유영하며 괴성을 터뜨렸다. 그것은 낡은 시대의 종말을 선포하고 명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광경이었다. 푹. 푹. 푹. 푹... 천자의 힘이 무너짐과 동시에 전장에 끝없이 흩뿌려져 있던 서태극의 허상들이 하나둘 폭발하며 사라져갔다. 불과 찰나 사이 눈부시던 금빛 폭풍은 흔적도 없이 잦아들었고 그 중심에 고독하게 남은 것은 오직 떨고 있는 한 사람, 마침내 강제로 드러난 서태극의 본체였다. 그의 얼굴 위에는 믿기 힘든 공포가 짙게 드리워졌다. 그는 자신이 끝없는 현빙 속에 갇힌 듯 느꼈다. 주위의 공간은 황혼의 죽음 같은 기운에 완전히 얼어붙었고 그는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서태극을 전율케 한 것은 하늘과 땅이 그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그와 기운을 잇고 그에게 무한한 가호를 내리던 찬란한 천도는 이 순간 차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