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3장

“제신황혼!” 김치형의 포효는 더 이상 범인의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태고의 명부 심연에서 억겁 동안 침잠해온 수많은 사악한 신들이 일제히 울부짖으며 내린 멸세의 칙령 같았다. 그가 남은 모든 힘과 의지, 심지어는 불타는 생명의 근원까지도 광적으로 봉익유금창에 쏟아부은 순간 창신을 감싸고 흐르던 유금의 신휘가 폭발하듯 깨어나며 이 절세의 흉병이 마침내 완전한 각성을 맞이했다. 웅...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대파멸의 기운이 창끝에서 터져 나왔다. 창신에 새겨진 고대의 봉문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꿈틀대며 기괴하게 비틀렸고 그 틈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혼백조차 얼어붙게 하는 명신의 기운이었다. 유금빛으로 빛나던 광휘는 순식간에 삼라만상을 삼켜버리는 절대적 어둠으로 뒤덮였다. 봉익유금창의 뿌리는 천지를 뒤흔드는 비밀을 품고 있었는데 전설에 따르면 그것은 신계에서 추락하여 한때 무궁한 명연을 진압했던 지상 최강의 성물, 바로 십방신기였다. 명연 그곳에 수많은 고대의 광란한 사신과 명주들이 봉인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질서의 반대편에 서 있는 존재, 곧 파괴와 멸망 그 자체였다. 십방신기는 무상의 힘으로 그들을 영원히 억눌렀으나 장구한 세월 속에서 명신들의 원념과 부패한 신력이 조금씩 스며들며 서서히 오염되고 말았다. 신성한 기령은 타락을 거부했다. 결국 비통한 결단 끝에 스스로를 산화시켜 열 갈래로 쪼개어졌고 하늘과 만계에 흩어져 열 개의 신병으로 화하여 언젠가 자신을 정화하고 다시 원형을 회복시켜 줄 인연의 주인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지금 김치형의 손에 쥐어진 것은 바로 그 십분의 일인 구원의 병기이자 동시에 무궁한 명신의 저주를 짊어진 타락의 무기였다. 그리고 이 순간 그의 주도 아래 봉익유금창 안에 억눌려 있던 명신의 힘이 전부 폭발했다. 곧 형언할 수 없는 괴이한 교향이 산산조각 난 하늘과 땅 위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죽음의 법칙이 실체화된 것이었고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장송곡이었다. 교향이 울려 퍼지자 전장은 일순간 빛을 잃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