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29장

말을 마친 원슬미는 가녀린 손을 뒤집더니 손바닥 위에 몇 조각의 찻잎을 드러냈다. 그 잎들은 투명하고 맑아 마치 가장 순수한 수정으로 조각한 듯했고 그 안에 아지랑이 같은 빛무리가 은은히 흘러 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몇 조각 귀한 찻잎을 조심스레 고풍스럽고 온화한 빛을 머금은 다관 속에 담았다. 곧이어 옆에 놓인 붉은 진흙 화로 위 게눈 같은 기포가 뽀글거리며 솟아오르는 끓는 물을 들어 올리더니 흰 팔을 곱게 뻗어 마치 은빛 실타래처럼 정확하고 매끄럽게 다관에 쏟아부었다. 그 순간 기이한 광경이 피어났다. 끓는 물이 수정 같은 찻잎에 닿자 다관 안에서 찬란한 빛무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무수한 신광이 흩어졌다. 이어서 장대한 정기가 마치 연기처럼 하늘로 치솟아 구름을 찌를 기세로 퍼져나갔다. 동시에 코끝을 파고드는 향이 온 뜰에 번졌다. 그 향은 사람의 심신을 맑히고 정화하는 듯했으며 한 번 들이마시기만 해도 온몸의 모공이 활짝 열리고 영대가 투명해지는 듯한 청명함이 찾아왔다. 원슬미는 다시 눈처럼 흰 팔을 뻗어 다관을 들어 올리더니 부드럽게 흔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동작은 느릿하고도 우아했으며 손목의 유려한 회전 속에 마치 춤사위를 닮은 독특한 운율이 담겨 있어 보는 이의 넋을 앗아갔다. 다관이 그녀 손에서 흔들릴 때마다 다관 벽과 찻잎, 물방울이 부딪혀 맑고 청아한 소리를 울렸다. 그것은 마치 신궁에서 울려 퍼지는 신묘한 악곡 같아 들은 이로 하여금 속세를 잊게 만들었다. 미인이 차를 달이는 모습은 절세의 풍경이었고 차향은 구름처럼 퍼져 심장을 파고들었으며 음률은 청아해 정신을 맑게 했다. 이 순간 시각, 후각, 청각이 모두 극치에 달한 향유와 위무를 받는 듯했다. 이천후는 자신도 모르게 그 광경에 사로잡혀 정신을 빼앗겼다. 원슬미의 동작이 멈추고 다관을 가볍게 책상 위에 내려놓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황홀경에 젖어 그 미묘한 분위기에서 곧바로 벗어나지 못했다. “차가 준비되었어요. 드세요.” 원슬미가 방금 따라낸 찻잔을 두 손에 정성껏 받쳐 이천후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