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홍안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이천후는 반쯤 감겨 있던 두 눈을 번쩍 뜨며 속으로 감탄했다. 참으로 좋은 이름이었고 아름다우면서도 더없이 적확했다.
그 네 글자는 조금 전 그가 온몸으로 느낀 얼음과 불이 교차하고 강과 유가 어우러진 극치의 다운을 완벽히 드러내고 있었다. 천하를 굽어보며 팔황을 가로지르는 패렬의 강인함과 홍안이 드리우는 다정하고 수수한 온화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차는 그 이름과 같고 이름은 그 정경을 응했다. 그리고 이천후 자신은 또래를 휩쓸고 전무후무한 전력을 자랑하며 의심할 여지 없는 ‘지존’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 앞에 앉아 있는 원슬미는 선녀 같은 기골과 경국지색의 자태를 지닌 세상에 둘도 없는 절세의 홍안이었다.
지존과 홍안. 홍안은 지존을 따르고 지존은 홍안을 곁에 두었다.
차향 속에 은근히 스며든 그 뜻깊고도 대담한 정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었고 남은 향기와 함께 조용히 번져 두 사람 사이를 휘감으며 가늘고 길게 마음을 두드려왔다.
“지존홍안은...”
원슬미가 미소를 머금고 치마폭 같은 뺨에 홍조를 띠며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은 화려한 절색이라는 말조차 감히 담아내기 힘들었다.
“다른 사내에게는 단 한 번도 달여준 적이 없어요. 천후 님이 처음이자 유일한 사람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부드러웠으나 그 속에 흔들림 없는 진중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동안 그녀는 연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이천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원슬미의 예쁜 손은 매끄럽고 유려한 곡선을 그린 턱을 가볍게 받쳤고 몸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기울어졌다.
찰나 조각처럼 완벽한 그녀의 얼굴이 이천후의 눈앞에 바싹 다가왔다. 그 맑은 눈동자 깊숙한 곳, 그리고 표정마다 오직 마음을 향한 이 앞에서만 드러나는 동경과 의지, 수줍은 연약함이 선명히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 풍정은 어느 남자라도 단숨에 심연의 보호욕과 독점욕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붉고 투명한 입술은 살짝 열려 이제 막 피어난 벚꽃잎 같아 한껏 유혹적이었다.
이 순간 은혜와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