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는 느긋하게 십진계를 곁눈질하더니 음울하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흠... 내 기억이 맞다면 누구는 벌써 사흘째 제때 십진 신란을 바치지 않은 거 같은데? 우리 황촌의 규칙은...”
“끄읏...”
십진계는 말문이 막혀 머리를 축 늘어뜨렸다. 사실 할 말이 없었다. 며칠째 알을 내놓지 않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큰일을 도모한다며 은근슬쩍 알을 숨겨온 것이 들통난 셈이었다.
십진계는 풀이 죽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슬금슬금 옆으로 비켜서더니 더 이상 이천후에게 매달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억울한 분노를 삼킬 수는 없었다. 도과를 빼앗긴 것은 그야말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 원한이었다.
눈알을 뱅글뱅글 돌리던 십진계는 마침내 어떤 결심을 내린 듯 바위 위에 펄쩍 뛰어 오르더니 목이 찢어져라 고함쳤다.
“더는 못 참겠어! 현상금을 걸 거야! 무려 두 개의 십진 신란을 말이야!”
“누구든 좋으니까 당장 탁재환이랑 조상민 저 개같은 것들을 잡아서 반쯤만 죽여주면 신란을 줄게! 꼭 죽이지 않아도 되니까 얼른 나서!”
그러나 순간 정적이 흘렀고 시간마저 얼어붙은 듯했다.
다음 순간...
“나!”
“내가 할게!”
“아니야, 내가 잡아줄게!”
마치 폭발하듯 함성이 터져 나왔고 응답하는 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전부 황촌에서 악명이 높은 자들뿐이었다.
김치형의 눈빛은 매서웠고 조민희는 이미 몸이 근질거렸으며 공작 성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진기범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도요는 붉은 입술을 핥으며 음험하게 웃었다. 우나연은 성큼 앞으로 나섰고 안연철도 기세 좋게 따라붙었다. 심지어 신마 기린까지 꼬리를 휘두르며 히잉 울음을 터뜨리고 무리에 합류했다.
“흠... 나도 끼워줘.”
그러나 탁재환과 조상민을 가장 소름 돋게 만든 건 이천후였다. 그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한참 갈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결국 신란의 유혹을 버티지 못하고는 태연히 앞으로 나섰다.
“와, 씨!”
이천후마저 뛰어든 걸 본 순간 탁재환과 조상민은 두피가 얼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