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6화
칩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유하연의 뒤를 따르는 연정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유하연이 돌아서며 물었다.
“혹시 미리 본 거야?”
“조... 조금만 봤어요.”
연정은 두 손을 등 뒤로 감추며 눈을 피했다.
“엄마, 정말 조금만 본 거예요. 뭔지만 확인하고 더 이상 보지 않았어요.”
연정은 유하연의 물건이라는 걸 알고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 터라 결국 유하연의 뒤를 따라온 것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손에 들린 칩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연정의 모습에 유하연은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 동시에 도대체 뭐가 담겨 있길래 아이를 이 정도로 궁금하게 만드는지 호기심도 일었다.
“그럼 같이 보자.”
그녀는 연정을 무릎 위에 앉히고 노트북에 칩을 꽂았다.
잠시 뒤, 화면에 한 장의 빛바랜 편지가 떠오르자 유하연은 멈칫했다.
그건 여자아이가 좋아하던 분홍빛이 감도는 보라색 편지지였다.
편지지 아래에는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두 캐릭터가 있었는데 하나는 땋은 머리에 공주 드레스를 입은 소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양복을 입고 무표정하게 있는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각각 나와 오빠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 순간 귓가에 어린 시절의 자신이 웃으며 말하던 목소리가 생생히 울려 퍼졌다.
“오빠, 이제 크면 꼭 나를 신부로 맞이해야 해. 영원히 함께 하기로 약속한 거야. 오빠는 나만 좋아해야 해.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돼.”
그녀의 말투에는 응석과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전에는 익숙했지만 지금은 낯선 이전의 유하연이었다.
편지 뒤로는 유도경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유하연, 시작은 네가 한 거야. 약속한 이상 물릴 수 없어.”
유하연이 손에 힘을 주었다가 품에 연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서둘러 손에 힘을 풀었다.
칩 속 내용을 다 본 연정은 조심스레 유하연을 살폈다.
그러나 유하연은 과거에 정신이 팔려 연정의 눈빛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유도경이 아직 미성년이던 시절 자신이 철없이 던진 말과 선언을 이렇게까지 기억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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