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신 테스트해드린 셈이죠. 방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셔야 겠어요. 저희 회사 제품을 한 번 검토해보시는 건 어때요?”
유하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약간 도발적인 표정을 지었다.
도운 그룹 직원들은 듣고서 불쾌한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유도경은 피식 웃을 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파트 CCTV는 대충 아무한테나 맡긴 거였고, 방어 시스템 역시 아무거나 사용한 거였기에 유하연이 쉽게 뚫은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유도경이 말했다.
“유 대표님이 저희 아파트에 계실 때 CCTV를 꺼버렸어요.”
유도경 집에는 서재에만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서재에 기밀문서가 많았는데 수시로 도우미가 들어와서 청소하거나 부하들이 자료 챙기러 드나들었기에 CCTV를 설치한 것이다.
유하연은 경계 대상이 아니라서 그녀가 아파트에 찾아왔을 때 CCTV를 꺼두었다.
“유 대표님께서 껐다고 해서 제가 켤 수 없는 것은 아니죠.”
유하연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물건 가지러 들어갔을 때 유 대표님이 깜빡하고 켜지 않은 줄 알고 제가 다시 켰거든요.”
유하연은 이런 거에 예민했기 때문에 어딜 가든 무의식적으로 먼저 CCTV 위치와 작동상태를 확인했다. 습관처럼 한 일이라서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면 벌써 잊었을 것이다.
“이런 우연이.”
유도경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문상훈에게 영상을 재생하라고 했다.
유하연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 테이블에 기대어 함께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어요.”
동영상이 재생되자 사람들은 유하연이 서재로 들어가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입찰 백업 본을 보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백업 본을 건드리지 않고 다른 물건만 챙기고 서재를 떠났다.
백업 본은 봉인되어있었는데 뜯기만 하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유도경이 아무도 자기 백업 본에 손대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 증거까지 본 이상 아무도 유하연을 의심할 수 없었다.
주주들은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