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채소이긴 했지만 야식으로 준비하기엔 양이 너무나도 많았다.
정말 너무나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황정숙이 계속 시선을 피하자 유하연이 물컵을 내려놓으면서 피식 웃더니 전혀 이상하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수고가 많으시네요. 아줌마가 연정이를 돌봐주셔서 얼마나 안심되는지 몰라요. 위가 아파서 그러는데 약국에 가서 약 좀 사다 주실 수 있을까요? 번거롭게 해서 너무 죄송해요.”
유하연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황정숙은 채소를 내려놓고 곧바로 약 사러 나갔다.
문이 닫히자 유하연은 얼굴에 미소가 점차 사라지면서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유하연은 연정을 불러내서 곧장 황정숙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유하연은 황정숙한테 못 해준 것이 없었다.
자기 방과 같은 크기의 방을 내어준 것도 모자라 평소 식사나 입는 옷에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급여 또한 다른 도우미 아줌마들보다 훨씬 많았다.
황정숙이 연정이한테서 잘해서 똑같이 잘해주려고 했다.
연정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더 챙겨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황정숙을 처음으로 의심하게 되었다.
“엄마, 왜 그래요?”
이들은 평소에 서로의 사생활을 될수록 존중해왔다. 유하연은 연정의 비밀기지에도, 황정숙의 방에도 절대 발을 들이지 않았다.
유하연이 자신을 데리고 황정숙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 연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하연은 방을 뒤적이면서 연정에게 말했다.
“여기 뭐 특별한 거 없는지 봐봐.”
그녀는 고용주로서 이 집 전체가 원래 그녀의 소유이므로 이 방에 들어오는 것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다. 황정숙이 알게 되더라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 잘해줘도 상대가 오히려 도를 넘을 때도 있었다.
유하연의 어두운 표정을 살피던 연정은 무언가 깨달았는지 입술을 깨문 채 여기저기 뒤져보기 시작했다.
곧 연정은 작은 상자를 찾을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상자였지만 열어보니 안에는 천 주머니가 있었다. 천 주머니 속에 하얀 가루가 있었는데 이미 사용해서 그런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