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연은 그들이 슬쩍 떠봐도 일부러 모른 척하고 그들의 의심만 더욱 증폭시켰다.
마침내 어느 날, 김성호가 유하연을 찾아오게 되었다.
유하연은 김성호에게 박미자가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알리지 않았다. 그 남성의 일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만약 거짓이라고 밝혀진다면 김성호가 받아들이기 힘들어할까 봐 두려웠다.
박미자에 관한 소식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일단 감추기로 했다.
“하연아, 어르신들이 같이 밥 먹자고 하던데?”
김성호는 소파에 앉아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내며 테이블 위에 있던 과일 접시를 들고 먹으면서 말했다.
“뭔가 속셈이 있는 것 같은데 가기 싫으면 가지 마. 내가 한바탕 난리를 치면 되는 거니까.”
김성호는 이런 일에 능수능란했다.
그는 김씨 가문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사람으로서 누구도 그를 막지 못했다.
싸운다고 해서 상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또 김성호는 욕보다 바로 주먹을 날리는 스타일이었다. 지금 김씨 가문 사람들은 그를 피해 다녔다.
지난 5년 동안 유하연이 김씨 가문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김성호가 나서서 훼방을 놓았었다. 김씨 가문 사람들은 김성호를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유하연은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 했다.
유하연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아니야. 갈거야.”
“왜?”
예상과 다른 대답에 김성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분명 좋은 일이 아닐 거야. 어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릴지 알고. 최근 내 측근들이 그러는데 그들이 누군가와 접촉하고 있다고 했어. 아직 밝혀내지는 못했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예전보다 훨씬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뭔가 수상해.”
김성호의 말에 유하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펜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더욱더 가봐야겠네.”
유하연의 단호한 모습에 김성호도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유하연은 김씨 가문 사람들이 경진 시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친 적은 없었다. 유하연은 시간 맞춰 상대방이 예약해놓은 호텔로 향했다.
호텔 입구에 도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