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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고개 들어 쳐다보니 그 사람은 바로 염은정이였다. 염은정은 웃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아무 말 없이 혼자 호텔을 떠났다. “그래도 김씨 가문 사람인데 조상님 옆에 묻어놔.” 허리를 곧게 펴고 있던 김민기는 허리가 점점 굽어지더니 갑자기 훨씬 늙어 보였다. 그는 자기 능력이 부족한 걸 알고 두 동생을 항상 각별히 생각해왔다. 신뢰하는 마음에 주저하지 않고 권력까지 쥐여주었는데 김수호의 일련의 행동은 그에게 상처로 다가왔다. 유하연을 마주한 김씨 가문 사람들은 예전처럼 위세를 부리지 못했고, 오히려 낯 뜨거워서 김민기와 함께 이곳을 떠났다. “어떻게 미안하다는 말도 없어.” 김설아는 창피스러워 고개를 흔들었다. “기본이 안 되어있어.” 박미자가 자기 집안사람 말고 유하연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들 중에는 누구 하나 책임질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왜 계속 나를 쳐다봐?” 김설아가 유하연의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을 발견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하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당당하게 말했다. “김씨 가문과 삼각지대 사이에 어떤 일이...” 그녀는 잠깐 멈추고 김설아의 표정을 살폈다. 김설아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예리하네. 사실 너한테 숨길 것도 없어. 이제는 네가 김씨 가문의 실권자니까 비밀에 대해서도 다 알아야지. 다만 우리 엄마...” 박미자가 너무도 갑작스럽게 사라진 바람에 아무도 유하연에게 이 일을 알려준 적 없었다. 그래서 유하연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김설아는 시선을 돌리더니 애써 슬픔을 감추면서 말했다. “전체 김씨 가문에서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거의 이제는 보기도 힘든 어르신들이거나 김민기, 김수호, 김현민, 그리고 나뿐이야.” ... 호텔을 떠날 때, 유하연의 홀가분했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워졌다. 박미자와 삼각지대 독사 사이에 이렇게 깊은 인연이 있을 줄 몰랐는지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유하연은 김설아와 함께 호텔을 나서다 가로등 밑에 서 있는 유도경을 발견했다. 김설아가 유하연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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