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요.”
연정은 단호한 표정으로 삽을 들면서 말했다.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유도경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그는 신나서 웃고 있는 유하연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계속 웃을 거면 너도 와서 눕든가.”
유하연은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나면서 확실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결국 연정은 모래성을 쌓지 못했다.
바닷물이 밀려와 때마침 그들이 있던 자리를 덮쳐 버렸기 때문이다.
무척 아쉬워하는 연정과는 달리 유도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정에 따라 유하연은 바다 낚시하러 가기로 결심했다.
바다낚시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관광객을 위해 선박이며 전문 낚시 도구도 준비되어 있었다. 관광객들은 선장과 동행할 수도 있고, 혼자서 바다에 나갈 수도 있었다.
유하연은 선장 없이 출항하기로 했다.
안전 허가를 맡은 곳인데다 자율운항이 가능한 선박이라 굳이 낯선 사람을 데리고 갈 필요가 없었다.
누구보다도 바다낚시를 원했던 김성호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배를 타야 할 때가 되자 여다혜는 갑자기 이마를 짚으며 연약한 모습을 보였다.
“너무 어지러워요. 토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 김성호 쪽으로 쓰러지려 했다.
김성호는 깜짝 놀라면서 뒤로 물러서려다 그녀가 바닥에 넘어질 것 같아 보이자 다가가 부축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요.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는 10분 거리에 병원이 하나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마도 더위 먹었나 봐요. 들어가서 약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여다혜는 말하면서 김성호를 향해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얼굴이 창백하고 초췌한 것을 보면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말할 때 헛구역질까지 했는데 김성호가 부축하지 않았다면 아마 바로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그게...”
김성호는 난감한 표정으로 여다혜와 준비된 선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여다혜가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전 괜찮아요.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힘든 건 맞는데 잘 참아볼게요. 제가 알아서 제 몸을 잘 챙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