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9화
유도경은 한참을 제자리에서 침묵하다가 낮게 입을 열었다.
“정유림을 찾아.”
고현우는 곧바로 지옥의 저승사자처럼 음침한 기운을 풍기며 밖으로 나갔다.
유하연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가 정유림을 극도로 혐오하고 있음을 느꼈다.
고현우는 유도경과 유하연을 데리고 급히 정유림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도착했을 때, 별장은 이미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역시 미리 준비했네.”
사람들을 시켜 집 안을 낱낱이 뒤졌지만, 아무 흔적도 발견하지 못하자 유도경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철저하네.”
유하연이 낮게 중얼거렸다. 흔적들이 전부 지나치게 깔끔하게 지워졌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 증거도 못 찾고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유림은 마치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듯 사라졌다.
그날 저녁, 유하연이 먼저 자리를 뜬 뒤, 고현우는 유도경의 앞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뭐 하는 거야?”
유도경이 그를 내려보며 물었다.
“절 벌해주세요.”
고현우는 말하며 그대로 이마를 세 차례 세게 부딪쳤다.
유도경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고 조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더러 그 여자 곁을 지키라 한 건 나야.”
“아닙니다. 제 탓입니다!”
고현우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날, 정유림이 떨어진 칼을 주워 다시 건네줬을 때, 그걸 철저히 확인해야 했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평소의 세심한 성격대로라면 그런 큰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날엔 따로 확인하지 않았었다.
솔직히 인정하자면, 그 여자가 가까이 다가온 것에 조금은 흔들렸던 것도 있었다.
“넌 사람이야.”
유도경이 그를 바라보며 조금 엄숙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자신을 기계라고 생각하지 마. 넌 이미 그곳에서 벗어났어.”
그 말에 고현우의 어깨가 크게 흔들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등을 곧게 세웠다.
유도경이 고현우를 탓하지 않으리란 걸, 유하연도 알고 있었다. 그날의 상황이 워낙 급박했으니, 누구도 정유림이 그런 수를 쓸 거라 예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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