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2장

“부사장님 말씀이 맞으세요, 삼촌이 자리 다 마련해 줄거거든요. 그래도 전 한 평생 삼촌 그늘 밑에서 살긴 싫어요. 혼자 힘으로 살아나가야죠.” 육호중이 꽤나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흠, 감회가 남달라 보이네. 그래서 방금 그 동료한테는 대시 받은 거고?” 흠칫 놀란 유영이 설명했다. “아, 아니요. 서류 정리해야 하는데 스테이플러가 고장 나서요.” 당연히 육호중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다. “괜찮은 애야, 명문대 졸업생에 얼굴도 반반한데 진지하게 생각해 봐. 우리 회사 사내 연애 금지하진 않거든!” 눈동자를 파르르 떨며 모욕받은 듯한 기분이 미간을 찌푸리던 유영은 화를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심이라면 진지하게 생각하려고요. 부사장님, 그런 것까지 관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멈칫하며 굳어있던 육호중이 조금 뒤에야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일 봐! 누가 나 찾아오면 혜영이 사무실에 있다고 하고.” “네!” 사무실로 들어가는 육호중은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는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헤쳤다. 겨우 몇 발자국도 안 돼 사무실에 도착했고 늘 그랬듯 육호중은 노크는 생략한 채 문을 벌컥 열었다. “야 윤혜영, 보스가 너한텐 연락했어? 난 오늘 무슨 일인지 자꾸......어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호중의 눈에 낯뜨거운 장면이 들어왔다. 윤혜영이 누군가에 의해 사무실 통창에 제압당한 채 목을 내주고 있었던 거다...... 게다가 그 상대는 바로 육호중도 아는 강씨 가문 작은 도련님! 쳐들어 온 육호중을 보고도 윤혜영은 덤덤했다. 그녀는 늑대같은 강찬양 놈을 밀어내더니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자리로 돌아가 커피를 홀짝 마셨다. “자꾸만 뭐?” 정신을 번쩍 차린 육호중이 대답했다. “어......자꾸만 불안한 예감이 들어! 보스가 그 자식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을까 봐!” 윤혜영이 금테 안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응, 나도 걱정되긴 해. 이따가 보스한테 연락해서 물어 보자.” 허나 육호중은 진작에 찾아온 목적 같은 건 까맣게 잊은 채 흥미진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