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3장

육호중의 시선이 자연스레 윤혜영에게로 옮겨갔다. “둘이 무슨 사인데?” 윤혜영이 커피를 홀짝 거리며 무감하게 대답했다. “아무 사이도 아니지.” 육호중이 웃음을 터뜨리며 딱하다는 표정으로 강찬양을 쳐다봤다. “들었어? 아이고 어쩌나, 우리 혜영이는 너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네!” 육호중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려기도 전에 강찬양이 먼저 울그락 불그락 거리며 윤혜영에게 물었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뇨? 그날......분명......날 먼저......” 뒤로 갈수록 차마 입에 담지 못하겠던지 강찬양이 말을 더듬었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 거지! 윤혜영은 귀찮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빽 소리 쳤다. “입 좀 다물어! 말할 줄 모르면 가만히 있던가! 저리 꺼져, 내 업무 방해하지 말고!” 씩씩대며 한 마디도 못한 강찬양은 결국 곁에 있던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윤혜영은 더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육호중을 바라봤다. “넌 안 가냐?” 육호중이 윤혜영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야, 너무한 거 아니야? 애 상대로!” “애라고? 다 큰 사내 자식인데! 나라고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거머리같이 달라 붙어 있는 걸 어떡해! 귀찮아 죽겠네!” 육호중이 또 피식 웃어보였다. “언제때 일이야? 난 왜 두 사람 접점 있는거 모르고 있었지?” 윤혜영이 이마를 턱 짚었다. “그날 호텔에서 너 가고 쟤가 왔거든......” 그 말에 화제거리가 생긴 육호중이 눈가를 반짝반짝 빛냈다. “그래서 둘이......” “스톱! 말도 안 되는 상상하지 마! 난 그냥 놀리려고 장난 좀 치다가 강제로 당한 거라고!” 육호중이 믿기지도 않는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너무 가까운 사이인 나머지 두 사람은 바짝 붙어 소곤소곤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고 그걸 본 강찬양은 또다시 눈을 부라리며 육호중에게 삿대질을 했다. “저기요! 그냥 말하면 되지! 뭐하러 그리 바짝 붙어요? 귀머거리도 아니고 멀리 떨어져요!” 육호중이 어디 고분고분 말을 들을 사람인가. 그는 강찬양이 화를 바락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