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화

송아림의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박지훈이 곁에 있어 준다면 나쁜 일만은 아닐 거 같았다.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배가은을 흘끗 보니 얼굴에 불쾌함이 다분히 묻어났다. 박지훈이 안으로 들어가자 배가은도 따라 들어갔다. 성유리는 아이가 계속 여기에 있으면 더 울부짖을까 봐 송아림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송아림과 같이 박지훈의 마이바흐 옆에 서서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예상과 달리 조용한 송아림의 모습에 아이의 상태가 걱정된 성유리는 웅크려 앉으며 물었다. “아림아 괜찮아?” 송아림은 말을 하지 않은 채 계속 침묵을 지켰다. 성유리는 이 일이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남길까 봐 걱정스럽게 물었다. “유리 이모한테 엄마가 뭐라고 말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송아림은 작은 손으로 옷자락을 잡고 말했다. 조금 전 울면서 지친 탓인지 상태가 이전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엄마가 내일 죽을 거라고 했어요. 앞으로 여기에 오지 말고 엄마도 그리워하지 말라고 했어요. 유리 이모랑 잘 살라고...” 말을 끝내려던 송아림이 갑자기 다시 목메어 울자 성유리는 손을 뻗어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아이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아림아, 누구에게나 다 그런 날은 있어. 다만 엄마가 너보다 먼저 간 것뿐이야. 나중에 언젠가 다시 만날 거야. 걱정하지 마, 앞으로 유리 이모가 네 곁에 있을 테니까. 너만 괜찮다면 유리 이모가 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고개를 끄덕인 송아림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0분 후 박지훈과 배가은이 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눈이 빨개진 배가은은 더욱 예뻐 보였다. 박지훈은 표정이 어두워 기쁨이나 슬픔을 읽을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한 뒤 성유리는 송아림의 기분이 매우 안 좋다는 걸 알았다. 아이의 감정을 돌보기 위해 성유리는 당일 병원에 가지 않았다. 다음 날 송아림은 학교에 가지 않았고 성유리도 병원 일을 진무열에게 맡기고 하루 종일 아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늘은 송원희가 형을 집행 받는 날이었다. 비록 아무도 이 사실을 직접 말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