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이 말에 휴대폰을 잡고 있던 성유리의 손이 살짝 멈췄다. 속눈썹이 무의식적으로 깜빡였고 심장은 누군가 칼로 도려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송원희가 오늘 죽을 거란 건 알았지만 정확한 시간을 듣고 나니 그때 송아림과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저절로 떠올랐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니 어떻게든 받아들여야 해, 아림이든 너든.”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성유리는 옆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남자의 아름다운 눈매와 마주쳤다. “저는 괜찮아요. 문제는 아이 상태가 안 좋아요.” “그래?” 박지훈이 무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네 상태도 안 좋아 보이는데?” 두 사람이 시선을 마주친 순간 성유리의 속눈썹은 더욱 심하게 떨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성유리가 조용히 대답했다. “아마 교도소에서 이제 막 나왔는데 갑자기 다시 들어가니 지난 기억들이 떠오르는 거 같아요.” “송원희를 면회하러 갔다가 철창 안에 여자 수감자가 구타당하는 걸 봤어. 여러 명이 둘러싸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있었는데 그 여자 체형이 너랑 비슷했어.” 남자가 말을 멈추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인 성유리는 그날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사자는 분명 그녀였다. 그때 성유리는 다리 사이 틈으로 이 남자가 천천히 지나가는 걸 보았다. 그를 본 덕에 당시 그녀에게 날아든 주먹들이 오히려 덜 아프게 느껴졌다. 그 순간 그녀의 모든 집중력이 이 남자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너였지 않았을까?” 박지훈이 갑자기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며 탐색하는 듯한 어조로 묻자 성유리의 얼굴에 순간 당황과 긴장감이 스쳤다. 하지만 이내 스쳐 지나간 감정이었을 뿐 재빨리 수습하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담담히 웃었다. “다른 사람일 거예요. 저는 교도소에서 싸움을 잘 안 했어요...” “하지만 교도소 같은 곳은 네가 안 건드려도 남이 먼저 건드리는 법이야.” 박지훈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약해 보이는 성유리 씨가 어떻게 혼자서 잘 지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