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으켜 세우세요.”
곁에 있던 진은주와 집사에게 고개를 돌린 성유리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신호를 받은 두 사람은 재빨리 박철용을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박지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치료에 집중한 성유리는 문 쪽을 전혀 돌아보지도 않고 박철용 뒤로 다가가 정확한 혈 자리를 찾아 침을 놓았다.
이내 박철용이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피 한 방울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 장면은 박지훈뿐만 아니라 박진우와 양아현도 똑똑히 봤다.
모두의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지만 성유리만이 평정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침을 놓고 있었다.
“왜 피를 토하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진은주는 몸을 떨며 박철용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작은아버지! 제가 안 된다고 했잖아요. 할아버지 치료를 저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된다고요! 이제 피까지 토하셨잖아요!”
급히 방 안으로 뛰어 들어온 박진우가 우려 어린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박철용 환자분의 상태를 보면 침술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곁에 있던 서양의학 전문가가 말을 이었다.
“제가 한의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비슷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가슴에 어혈이 쌓여 호흡 곤란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피를 토한 것은 오히려 상태가 호전되는 징후일 수 있어요...”
의학 전문가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모두 서서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박진우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럼 서양의학 방식으로 치료한다면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마도...”
의학 전문가의 얼굴이 굳었다.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박철용 환자는 연세가 많으니 버티시기 어려울 수 있어요. 한의학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게다가 의술이 뛰어난 한의사만이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인즉슨 성유리의 의술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의학 전문가의 말을 들은 양아현과 박진우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한편 구석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박지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정영준, 상관없는 사람들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