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나자 걸음을 멈춘 뒤 고개를 돌린 순간 남자의 아름다운 눈과 마주친 성유리는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요? 박 대표님...”
“오늘은 밤을 지새울 필요 없나?”
“이번 상황은 비록 긴급하지만 지난번처럼 심각하지는 않아요. 고비는 넘겼으니 밤을 새울 필요 없어요. 만약 또 급한 상황이 생기면 집사더러 제게 전화하라고 했어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은 성유리는 얼굴 전체에 부드러운 웃음이 감돌았다.
성유리에게 시선이 고정된 박지훈은 그녀의 옷과 머리카락이 여전히 젖어 있는 것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다 젖었네. 아래층에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가. 저녁도 같이 먹자.”
갑작스러운 행동에 성유리의 심장은 이유 모르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을 살펴보았더니 확실히 조금 젖어 있었다...
잠시 망설인 끝에 결국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그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박지훈이 머리카락을 잡고 있던 손을 본능적으로 놓았다.
성유리도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나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렸다.
뒤에서 진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여기 있어요?”
박지훈이 뒤를 돌아 진은주를 바라보았다.
“형수님, 저녁 준비하라고 하세요. 성유리 씨 저녁 먹고 갈 거예요.”
진은주는 항상 박지훈을 꺼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실력을 두려워했다. 비록 진은주 나이가 더 많지만 늘 존댓말을 썼다.
진은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성유리는 담담히 입꼬리를 올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양아현과 서양의학 전문의는 이미 떠났고 박진우만이 1층 거실에 앉아 전화를 하고 있는 듯했다.
2층 난간에 선 성유리는 박진우를 흘끗 보고는 방으로 들어가 따뜻한 물로 목욕을 했다.
방금 비를 맞았으니 확실히 몸을 따뜻하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안 그러면 쉽게 감기에 걸릴 수 있었다.
저녁 식사까지 시간이 좀 남아 특별히 오랜 시간 목욕을 즐겼다. 나왔을 때는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