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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심화영은 전강훈을 흘깃 바라보더니 눈가에 엷은 웃음기를 머금었다. 전강훈은 순간 멍해졌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녀의 시선이 장공주를 향하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사과라곤 털끝만큼도 없었으며 오히려 구경꾼 같은 흥미가 서려 있었다. 전강훈은 눈꼬리가 번뜩이더니 복잡한 기색이 스쳤다. ‘화영 낭자가 혹 내가 자신을 감쌀 줄로 믿고 제멋대로 구는 것인가?’ 가슴속엔 답답함이 맴돌았으나 어찌 된 일인지 묘한 달콤함이 함께 밀려와 피식 웃음이 날 뻔했다. 그러나 가까스로 웃음을 누르고 이내 위엄 서린 얼굴로 굳혔다. 본디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나 있던 장공주는 심화영의 그런 태도를 보곤 더욱 분개했다. 제 아들이 마음을 준 것을 방패 삼아 온갖 방자함을 부리는 것이라 여겨 더는 참지 못하고 노기 띤 목소리로 호통쳤다. “마음이 너그러울 수가 없구나, 내 아들을 다치게 한 자를 본디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혼약서가 참이라 하였으니 당장 심화영을 끌어내어 곤장 여든 대를 내리쳐라!” 곤장 여든대란 군중 장수조차도 감당치 못할 형벌이었기에 심화영처럼 연약한 여인은 맞고 나서 살아남는 것조차 기적일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송연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곧 심화영이 겁에 질려 바지에 실수하게 될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정작 그녀는 태연히 구경하듯 앉아 있었고 눈빛엔 어딘가 조소마저 어린 듯했다. 송연정은 당황하여 멈칫했다. ‘곧 죽게 될 판국에 무슨 낯으로 저리 우쭐할 수 있는 것이지?’ 그리 생각할 찰나, 장공주의 눈초리가 그녀에게 옮겨왔고 그 안엔 가히 혐오라 할 만한 감정이 짙게 피어올랐기에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너! 대비마마의 생신연에서 소란을 피웠으니 뺨 오십 대를 쳐라!” “뭐라 하셨사옵니까?” 송연정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장공주의 그 혐오 가득한 눈빛도 믿기지 않았다. ‘대체 내가 무슨 금기를 건드린 것이란 말인가?’ 그 순간 시녀들이 다가와 그녀와 심화영을 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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