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은 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내시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황제의 의도를 속으로 추측했다.
심진성의 무공은 비록 전강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상위권에 속했다. 얼마 전 황제가 암살 위기를 겪은 후로 매일 심진성을 곁에 두어 안전을 지키게 했으니 황제는 조금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목이 날아갈까 봐 두려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오늘은 전강훈이라는 절정 고수가 자리하고 있어 어떤 암살자라도 황제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황제의 이번 조치는 아마도 심진성이 돌아가서 유씨 부인에게 압력을 넣어 증언을 못 하게 할까 봐 두려운 모양이었다.
‘그렇게 나를 죽이고 싶은 건가?’
심화영의 눈가에 살짝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녀가 황제를 바라보는 눈빛은 이제 단순히 원수를 보는 눈빛이 되었다.
귓가에 고윤희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영아,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 설명도 없고. 이 혼서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어미에게 솔직히 말해다오. 그래야 어미도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겠느냐.”
심화영이 고윤희 귀에 가만히 몇 마디 속삭이자 고윤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송연정을 노려보았다.
송연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확히 짚어내지 못해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유씨 부인이 와서 똑똑하게 증언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다림이라도 심화영은 서서 기다렸고 그녀는 땅에 무릎을 꿇고 기다려야 했다. 먼저 일을 벌인 것은 그녀였지만 오히려 그녀가 뺨을 맞는 추태를 부렸으니 주변에서는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심화영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었다 해도 어쨌든 후작 댁의 아씨이니 그럴 법도 하지. 하지만 저 송연정은 도대체 뭘 믿고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후작 댁이 거두어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기생집으로 팔려 갔을 몸이지!”
“후작께서 그녀를 둘째 아씨라 하여 친딸처럼 키워주셨건만 결국 칼을 들이대다니, 정말이지 염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