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꺼지지 못할까!”
심철호는 여태 분노를 꾹꾹 참고 있었다. 심화영의 말에 유씨 부인을 보면서 결국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유씨 부인은 이를 빠득 갈았지만 곧이어 송연정과 함께 허둥지둥 나가버렸다.
그는 떠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다가 심화영을 보았다.
“일부러 저 두 사람을 보내려 한 것이냐?”
심화영이 대답하려던 찰나 저 멀리서 장공주가 옥주와 함께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이미 이쪽 상황을 다 들은 듯 무척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심화영은 태연하게 나서며 예를 갖추었다.
“화영, 장공주 마마를 뵙습니다.”
“흥.”
장공주는 그녀를 위아래 훑어보며 코웃음을 쳤다.
“내가 널 너무 만만하게 본 모양이로구나.”
노골적인 빈정거림이었음에도 심화영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다.
“마마께서 과분한 찬사를 주시니 소녀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보고 있던 심철호도 다소 어처구니가 없었다. 예전에 그의 딸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고만 치던 아이였다. 그러나 지난번에 연남산에서 굴러떨어져 죽다 살아난 뒤 철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범해지기도 했다.
그는 얼른 장공주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장공주가 또 한 번 코웃음을 쳤다.
“말은 참 잘하는구나.”
그녀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저 옥주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화가 난 것이 아니었나?'
심철호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장공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심화영에게 말했다.
“이제 이쪽은 이 아비가 남아 해결할 터이니 너는 어미와 함께 돌아가거라. 이 아비가 이미 네 큰 오라비를 불렀으니 추월각 쪽 상황을 알아보라 할 것이다. 대관절 자객이 어찌하여 들이닥쳤단 말이냐.”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걱정이 섞여 있었다.
“혼서까지 감춰두었으니 그게 누군가의 눈에 띄었을 테지. 만에 하나 백세민이 조금이라도 늦게 왔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하였다. 그러니 반드시 밝혀내야 할 일이란다.”
심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지. 허면 소녀는 명양전하께 인사를 드리고 가겠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