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전강훈은 여전히 넋을 잃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차갑기만 했던 그의 두 눈에도 봄처럼 연한 빛이 서려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의 두 다리를 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괜찮소.” 그러면서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갑자기 왜 자신의 다리 상태를 묻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내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나 확인하러 온 것인가? 아니면 아프지는 않은가 물어보러 온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곧이어 그는 빠르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떨쳐냈다. 심화영은 이미 그에게 다가와 몸을 굽히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면서 사슴처럼 또렷한 눈으로 진지하게 그를 보았다. “많이 아프시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소녀가... 소녀가 반드시 치료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참아주시지요.” 어쩌면 오늘의 그녀가 너무도 온화한 탓인지, 또 어쩌면 자신을 받아들인 듯한 태도 탓인지 그는 지금도 넋을 잃은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내가 한평생 이 의자에서 내려올 수 없다 해도, 더는 두 다리를 쓰지 못한다 해도... 그때 한 말이 여전히 유효하겠소?” 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지만 눈빛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심화영은 그가 곧 자신의 시선을 피할 것만 같았다. 예전의 그녀는 그에게 모진 말을 너무도 많이 했던지라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오로지 그녀만을 연모했고 지금은 이렇게 빤히 보면서 진심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아파 조금 메어버린 목소리로 확고하게 대답했다. “예,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말은 길지 않았지만 남자에게는 커다랗게 다가왔다. 모든 것이 뒤바뀌어버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보려고 했다. 그녀는 더는 밀어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의 손바닥은 아주 컸고 손가락도 길쭉했다. 따스하고 단단한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그녀의 살결을 따라 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