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서예은은 뒤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를 듣고 바로 무시해 버렸다.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허리를 곧게 세워 홀로 걸어갔다. 서지안은 서예은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본인이 뭐라고 저렇게 도도한 척해? 감히 날 무시해? 버려진 주제에.’ 서지안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서지안은 얼른 다가가서 서예은의 팔을 잡았다. 서예은은 그대로 멈춰서서 불쾌한 표정으로 서지안을 쳐다보았다. 예쁜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뭐 하려는 거야.” 서지안은 놀란 사람처럼 눈시울을 붉히며 얘기했다. “내가 부른 거 들었구나? 왜 날 무시한 거야?” 서예은은 서지안이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바로 데뷔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서예은이 서지안을 왜 무시하는지, 서지안이 모를 리가 없었다. 서예은의 생각을 눈치챈 듯, 서지안이 얘기했다. “언니,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온 거야? 하긴, 건강이 중요하지... 전에 들었거든, 언니 몸이 안 좋아서 임신할 수 없다고.” 서지안은 하면 안 되는 말을 한 아이처럼 놀라면서 손으로 입을 가볍게 때렸다. 그리고 비웃음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 “미안해, 언니. 언니도 알잖아. 내가 말을 잘 못 한다는 걸.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을 거지?” 서예은은 서지안의 배를 쳐다보았다. 볼록 나온 그 배는 서예은에게 무언가를 자랑하는 것 같았다. 서예은의 시선을 느낀 서지안은 일부러 허리를 짚었다. 서예은은 차갑게 웃고 얘기했다. “난 다른 사람의 말에 동요하지 않아. 왜냐하면 말이야, 사람들은 다 입을 갖고 있긴 하지만 생각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 서지안은 화가 났다. 서예은이 멀리 떠난 뒤 서지안은 이를 꽉 깨물고 욕설을 읊조렸다. “애도 못 낳는 주제에...” 서예은은 그 말을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이미 헤어졌으니 이 정도 예의는 차려줄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한다면, 아이가 없어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조건이 없어도 말이다. 그래서 서예은은 주현진과 사귀면서 주현진에게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