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은 서예은이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먹이 좋은 먹인지도 모르고 박영호에게 선물로 주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큰 자리도 아니고 이런 작은 자리에서 좋은 선물을 줘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서예은이 선물을 잘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예은은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선물을 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서예은의 선물은 다 꽤 센스 있는 선물이었기에 모든 사람이 마음에 들어 했다.
박유라는 서예은을 보면서 얘기했다.
“내가 이 밴드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게다가 이 앨범은 이제 품절이라서 한정판인데!”
서예은이 박유라에게 선물한 것은 박유라가 좋아하는 밴드의 첫 번째 앨범이다. 10년 전의 앨범이라 파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중고가가 2천만 원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게다가 그 앨범에는 다섯 명의 사인이 적혀 있었다. 메인보컬의 사인이 정중앙에 있었다.
박유라는 서예은이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하는 사람처럼 앨범을 품에 안았다.
“미안해, 그때 유라 씨 방문을 지나치다가 유라 씨가 틀어놓은 노래를 들었거든. 그래서 알게 된 거야. 나도 그 밴드 좋아해서 앨범을 많이 모았거든.”
박유라는 서예은이 같은 팬이라는 것을 듣고 놀랐다.
이 밴드는 데뷔한 지 아주 오래됐다. 그들이 데뷔할 때 평균 연령은 20살 정도였지만 지금은 거의 40대가 되고 있었다. 그래서 팬덤 중에 이렇게 어린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같은 또래들도 그 밴드를 모르니까 말이다.
그래서 박유라는 서예은의 말이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서예은이 잘 보이기 위해서 이런 거짓말까지 할 줄은 몰랐다.
‘흥, 이걸로 전에 했던 일을 다 퉁칠 수 있을 줄 알아?’
박유라는 속으로 웃었다. 곧 재미난 광경이 펼쳐질 테니까 말이다.
박영호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곧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테이블에서 사람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했다.
서예은은 저녁을 먹는 것조차 아주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박시우 곁이라서 다행이었다.
서예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