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9화

“언니였네. 요즘에야 누가 이런 옛날 게임을 해? 언니 같은 사람이나 하지.” 서예은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군지 알았고 굳이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서지안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고 서예은 앞까지 와서 눈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유치해?” 서예은이 눈을 들어 차갑게 서지안을 훑었다. “비켜.” 서지안이 서예은의 귀가에 바짝 다가와 둘만 들을 수 있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알아? 언니가 그렇게 유치하고 좋은 소리 한 번 못 하니까. 그래서 주현진이 떠난 거야.” “말 다 했어?” 서예은은 미간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서지안을 바라봤다. 마치 한마디도 흔들리지 않은 듯 담담한 태도였다. “뭘 먹은 거야? 입이 너무 지독한데.” 그 순간 서지안은 눈을 번뜩이며 당장이라도 서예은을 찢어 버릴 듯 노려보며 말했다. “닥쳐!” 서예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왜? 너만 남을 헐뜯고 남은 널 건드리면 안 돼?” 그때 화장실에서 이금희가 나왔다. 서예은이 서지안에게 가로막혀 있는 걸 보자 이금희는 빙 돌아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올 때, 이금희의 손에는 대걸레가 들려 있었다. 대걸레에는 검은 때가 잔뜩 묻어서 지독한 냄새가 났다. 이금희는 대걸레를 번쩍 들어 서지안 쪽으로 내리치듯 흔들며 말했다. “비켜. 착한 개는 길은 막지 않는 법이야.” “이 늙은...” 서지안은 비명을 지르면서 제대로 쳐다보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서예은의 외할머니였다. 그러자 서지안의 눈빛이 스르르 바뀌더니 바로 꼼수가 떠오른 듯했다. 서지안은 배를 감싸 쥐고 쭈그려 앉으며 신음을 냈고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잔뜩 했다. “아이고, 사람 살려요! 이 사람들이 임산부를 괴롭혀요.” 여긴 CCTV 사각지대였다. 이제 서예은과 이금희가 입이 열 개라도 억울함을 풀기 어렵겠다고 생각하니, 서지안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할머니, 대걸레를 저한테 주세요.” 서예은이 말했다. 서지안의 표적은 애초에 서예은이었다. 혹여라도 이금희를 물고 늘어질까 봐, 서예은은 먼저